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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Jun 13. 2023

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 되기 D - Day

사랑스러운 공휴일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퇴사일이 되었다. 길지 않은 7개월의 시간 동안 근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오피스 직원 분들은 마치 7년 일한 것처럼 너무나 정성스럽게 페어웰을 해주셨다. 더 길게 함께 일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더 나에게 적합한 길을 찾아가는 것이 맞아.


이전 직장과 지금의 직장을 퇴사할 때나 주변에 퇴사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공통된 모습이 발견되었다. 바로 회사는 이 사람이 오늘 퇴사하든 다음 주에 퇴사하든 상관없이 마치 '계속 일할 것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퇴사를 하면서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던 점이 바로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이슈나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을 나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늘 퇴사하는 나인데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전화해서 필요한 부분들을 설명하고 '그런데 제가 내일이 (혹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요, 회신은 함께 cc 되어있는 ooo님께 해주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뿐. 그렇게 통화를 하니 전화 상대방의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퇴사를 할 때는 최대한 다음에 올 분이 당황스럽지 않게 최대한의 인수인계서를 작성해 놓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일하면서 저장해 놓았던 모든 정보와 자료들을 sharepoint에 올려놓았고, 현재의 상황들을 정리한 인수인계서 파일도 함께 만들어서 공유하였다. 내 매니저는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마지막 정리 겸 인사를 하기 위한 콜을 하려고 보니 계속 어긋났다. 퇴사 이틀 전에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저녁 8시 넘어서 메신저를 하여 내가 보지 못했고, 그다음 날은 공휴일이라 내가 회사 메신저를 켜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퇴사 D-Day가 되었고, 겨우 퇴사 '1시간 전'에서야 연결이 되었다. 그러고서는 하는 말이 내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줄 알았다나. 저기요, 그대와 나 사이의 시차를 생각하셔야죠. 이 사람의 농담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다. 그리고 한국시간 저녁 8시에 본인이 메신저에 are you free? 하면 내가 바로바로 I am free 하며 콜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도 마음에 안 든다. 역시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


퇴사 '1시간 전'에 콜을 하면서도 나에게 업무지시를 한 그녀로 인하여 퇴사하기 1시간 전을 요 며칠 중에 가장 바쁘게 보냈다. 한국 오피스 직원 분들은 왜 아직도 가지 않냐고 웃으며 말씀하셨고, 나는 이제 갈 거라며 마지막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6시를 살짝 넘은 시간. 이곳에서의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7개월 동안 목에 찼던 사무실 보안카드를 반납한 후 회사 건물을 빠져나왔다. 


마지막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메신저로 선물이 도착했다. 나보다 3개월 전에 먼저 퇴사했던 친한 동료 분이 보낸 퇴사축하 선물이었다. 우리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같이 근무했지만 마치 3년 이상을 같이 일한 것처럼 빠르게 친해진 사이였다. 그동안 서로 힘든 점들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격려해 왔기 때문이다. '원래는 더 밝은데 여기서는 덜 밝게 있는 거라던' 이 동료분은 퇴사 후 멋지게 이직에 성공하여 다른 곳에서 바쁘지만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나도 이렇게 잘 풀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백수기간이 길어지면 어떡하지?


뭐, 일단 오늘 저녁은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쉬자. 고생했어,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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