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 되고 D + 1
드디어 백수가 되었다.
사실 백수가 된 날 오후에 웨딩 스냅촬영이 있어서 백수가 되었다는 실감을 할 시간도 없었다. 이른 점심을 먹은 우리의 스케줄은 꽤나 빡빡했기 때문이다. 촬영용으로 가지고 갈 예쁜 부케와 부토니아를 픽업하고 우리는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도록 부지런히 헤어메이크업을 할 샵으로 향했다.
도착한 헤어메이크업 샵에는 이미 꽃단장을 할 예비 신랑신부들로 북적였다. 평일 낮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놀란 눈을 껌벅이던 우리 둘 중에 내가 먼저 부름을 받고 머리 세팅을 시작했다. 촬영을 위해 원했던 머리는 반묶음 형태의 약간 딴 머리도 들어가는 헤어스타일. 샘플사진을 보여드리자 선생님은 이 스타일을 위해서는 헤어피스를 추가해서 붙여야 한다고 하셨다. 가격은 보증금 5만원 포함 10만원 중반대. 나는 이미 머리가 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헤어피스 추가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추가비용이었다. 평소 같으면 별생각 없이 "네~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했을 텐데 백수가 된 첫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순간 고민이 되었다.
사실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촬영용 부케와 부토니아를 따로 웨딩 전용으로 찾아보지 않고 간단히 꽃다발 비슷한 느낌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 우리는 그냥 동네 꽃집에 가서 예약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웨딩 촬영용으로 할 건데요"라는 말을 하며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설명을 했고,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생각한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정도 금액을 아예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미리 가격을 물어보지 않은 우리 탓이지 누굴 탓해. 이 가격이 정녕 적당한 금액인지 알지 못한 채 (그래도 검색하면서 본 본식 부케보다는 저렴하긴 했다.) 약간 찝찝한 느낌으로 촬영일을 맞은 우리였다. 물론 부케는 매우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었지만, 웨딩은 하나하나 다 돈이라더니. 그 말을 실감하기 시작한 우리였다.
어쨌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긁었을 아이템 하나하나에 민감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그것도 백수가 된 지 하루 만에. 역시 백수가 되고 가장 큰 걱정은 금전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다 하더라도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있으니. 전세 대출금에 관리비, 핸드폰비 등등. 백수 기간이 길어지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이제 시간이 많아져 여행이라도 가고 싶지만 '돈 걱정'에 무작정 여행을 가기도 겁나는 나는야 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