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블라인드 스팟을 가지고 산다.,
1. 제가 주차하는 곳의 옆 칸인데요. 바닥에 영수증 하나가 며칠째 놓여 있더군요. - 참고로 중국 아파트는 모두 고정 주차 공간입니다. - 분명히 누군가의 것일 텐데 말입니다.
2. 생각해 보니, 옆 칸 운전자는 본인의 주차 공간을 저처럼 제3의 시각으로 볼 수가 없겠더군요. 차를 후진할 때 바닥까지 보기는 힘들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주차를 마치면 당연히 바닥은 보이지 않을 것이고요.
3. 우리는 살면서 이런 공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합니다. 숨어있지 않고, 분명히 눈에 보임. 하지만 나는 늘 보지 못하는 공간, 또는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공간 말입니다.
4. 오늘 회사 인트라넷에 인사 변동 명단이 공지 되었습니다. 퇴사자 명단도 있는데 제가 아는 이름들이 군데군데 있더군요. 아마 그분들은 오늘 이 게시물을 보지 못할 겁니다. 떠나도 남는다는 역설처럼 그들의 이름은 여기에 존재합니다. 문득 이 사진이 생각난 이유이기도 하고요.
5. 이런 명단만 하겠습니까. 가까운 사람들의 챙기지 못한 감정일 수도 있겠고, 뜻밖의 사업 기회 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스스로 미뤄왔던 오랜 생각일 수도 있겠고. 평생을 내가 보지 못하고 떠나는 공간들이겠지요.
6. 문득, 오늘은 차에서 먼저 내려 제 주차 공간에는 뭐가 떨어져 있는지 한 번 확인하고 주차해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