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하비행 Mar 08. 2023

관찰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시장의 변화의 시그널을 찾아라.

1. 습관은 무의식을 지배하지요. 그리고 그 무의식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기회와 만나기도 합니다.


2. 2010년쯤에 락앤락 중국법인에서 - 키친웨어(주방 용기) 브랜드-  마케팅 경력직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차츰 회사 생활이 익숙해질 즈음, 회사 분들이 식당에 가면 습관처럼 하는 행동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3. 그건 바로 식당에 있는 그릇이나 컵, 작은 용기들까지 죄다 뒤집어 보는 것이었는데요. 그릇들은 상표가 바닥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분들은 꼼꼼하게 브랜드 이름, 재질, 그리고 사이즈를 확인하고서는 식사 전 짧은 품평회까지 합니다.  뭐랄까, 괜히 업계 1등 하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장에서부터 사원까지 어느새 그 습관(?)은 회사의 문화처럼 자리 잡아, 저 역시도 얼마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따라 하고 있었습니다.


4.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술자리를 가졌는데. 저희 팀 대리 한 명이 저보고 ‘코스맥스’라는 회사 주식을 사보라는 겁니다. 뭐, 직장인들 회식 자리에서 주식 이야기는 흔한 화제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코스맥스는 화장품 OEM을 전문하는 회사더군요.


5. 왜 추천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의외였습니다. 주말에 와이프랑 화장품 매장에 갔다가 또  관찰하기 습관(?)이 나왔다는 겁니다. 화장품 용기를 죄다 뒤집어 봤더니, 모든 화장품 용기 바닥에 ”제조, 코스맥스“라는 회사 이름이 빠짐없이 인쇄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화장품 브랜드들이 로드샵을 경쟁적으로 만들 때였거든요.


6. 듣고 보니, 설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주식을 샀냐고요. 사실 반신반의하면서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몇 달 뒤에 그 대리가 그때 ‘코스맥스’ 주식 좀 담았냐고 다시 묻더군요. 아니라고 했더니,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는 꽤 재미를 봤다는 겁니다. 지금도 ‘코스맥스’와 ‘콜마’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OEM 브랜드입니다.


7.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저는 광고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제 그릇을 관찰하기 습관은 없어진 것 같아요. 대신 없던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작년 가을, 코로나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가족들과 베이징에서 약 1시간 거리의 야영이 가능한 유원지로 놀러를 갔습니다. 입장료를 받던 곳이었는데, 성인 1인당 입장료가 한국 돈 1만 원이 넘더군요. 자기 차로 약 1시간을 운전해 각자 입장료 1만 원을 내고 모인 그들. 오호, 갑자기 “구매력 있는 특정 소비 집단(cohort)”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8. “그들은 뭘 신을까?” 바로 저의 새로 생긴 관찰 습관입니다. 왜 신발이냐고 보통 의류는 특정 패턴이 없는 한, 상표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때 브랜드 로고를 크게 하는 유행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작아지거나, 고급 브랜드는 아예 상표 로고가 보이지 않게 처리합니다.  


9. 하지만 신발은 예외입니다. 신발은 대부분 로고가 분명히 드러나죠. 그러니 신발을 보면 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가격대, 이미지를 대략(?)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저만의 기준이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아디다스 adidas 꽤나 선호하더군요. 나이키 Nike나 오니츠카타이거 Onitsuka Tiger, 중국 브랜드인 리닝 Li-ning 등이 있다지만, 어쨌든  아디다스가 확실히 눈에 많이 뜨이긴 했습니다.


10. 그런데 작년부터 뭔가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그것은 바로 한국 브랜도로 알려진, ‘휠라 FILA’ 로고가 예전보다 부쩍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유원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유심히 사람들의 신발을 관찰하니 휠라 로고의 신발이 꽤 많이 보이더라는 거죠. 이후에 기회가 생길 때,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면 예전에 나이키나 푸마 Puma 매장 자리에 가봅니다. 적잖은 곳이 이미 휠라로 바뀌어 있는 것에 회심이 미소가 지어집니다. 10년 전 코스맥스의 교훈이 떠올라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달을 향해 나아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