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었나, 인간인가, 인간일 것인가.

회색인간-김동식

by 피노키오와 팅커벨

인간의 본성만큼은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부끄러움과 깨달음을 주는 소설


그대는 무엇인가.

인간이었나,

인간인가,

인간일 것인가.


인간, 그 본질에 관한 고찰을 시작으로, 인간이 되기 위한 자격과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 따위나 딜레마에서 갈등하는 본성을 보여준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 매우 많다. 인간에 대한 회의감과 선과 정의의 의심을 품게 만든다.

연속된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본성과 태도.

인간은 태어났기에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되기 위한 투쟁과 고뇌로 존재한다.



그대는 어떤 인간인가.

착한 인간인가.

나쁜 인간인가.


'착하다'는 인간과 어울리지 않다. '나쁘다'도 마찬가지다. 물론 둘을 가르는 기준조차도 인간의 머리와 말에서 창조되었지만, 인간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인간으로서 행동하고, 인간이기에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나오는 인간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쾌하고 꺼림칙하고,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왜인가?

'옳지 않은 일이니까',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니까'

우린 무의식 속에서도 많은 사회적인 연대와 관계에 의존하고 있다.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맞겠다.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인 룰과 법, 정의 속에서 우리는 지극히 부자연스럽다.



소설은 마치 신의 장난과도 같은 설정을 부여함으로써, 인간 스스로의 본성에 관한 의심과 회의 그리고 합리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했을 때, 아노미가 나타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멸망이라는 것은 원인이 아닌 촉발제에 불과하다.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본성과 인격이 드러나는 것일 뿐.


탐욕과 욕망, 갈망과 욕구.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 찰리 채플린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운 감정이다.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는 이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탐욕 덩어리, 욕정, 욕심.

양날의 검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을 죽이며 생존을 쟁취했으며, 종족의 번영을 위해 멸족도 서슴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한 욕망,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욕망, 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욕망.

이러한 욕망으로 우리는 존재하고 살아남았다. 살아남았기에 의미가 있다.



소설은 다양한 소재와 환경, 주제들로 딜레마 상황을 반복적으로 묘사하며, 마치 시험에 빠지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마치 내가 진짜 타인을 매정하게 버리고, 나의 안위만을 위하며, 나의 행동이 정의라고 자위하며 합리화하는 느낌마저 든다.

내가 소설 속 인물 중 하나라면, 나의 행동을 달랐을까? 그대는 다를까?


우린 소설 속 인간들 중 하나인 인간이니까.
'나란 인간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소설에서도 개개인의 서사가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결말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군중, 공동체이다.

하나의 인간과 다수의 인간은 매우 다르다. 마치 다른 종족에 빗댈 수 있다.

우리는 다수의 머리 뒤에 숨어 그제야 솔직한 본성을 드러내고, 앞사람을 절벽으로 밀어 남겨진 공간에 발을 무사히 내딛는다. 공동체로 존재하는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인간과 다르다. 대중에 경계해야 한다.



본인이 인간에 대한 혐오감으로 똘똘 뭉친 자아라고 생각될 수 있을 것 같다.

난 인간을 좋아한다. 사랑하고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그저 나 또한 그저 그런 인간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족감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간사하고 영악한 인간이라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할 줄 도 아는 것이 인간이라면.

희생이라는 것에 숭고한 가치를 여실히 깨닫고, 존경할 줄 아는 것이 인간이라면.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행복해지는 것이 인간이라면.

그런 인간으로 사는 것이 마냥 슬픈 것은 아니겠다.



서로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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