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아니 교대로 간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던 시기, 같은 학교를 나왔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는 서울 교대역에서 보자고 있다. 오래간만에 보니까 재미있게 놀자고 했다.
몇 년 만에 만난 내 친구는 밝게 웃고 있다.
“성공했구나.”
친구는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다 먹고 나니, 이건 네가 사줄래? 내가 음료수 살게라고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 밥은 교대에서 1인당 7,000원짜리로 그 당시에는 그냥 물가가 조금 비싼 보통의 저녁 식사 가격이었다. 아르바이트로 두 시간 일해야 하는 돈이었지만,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를 위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나를 어떤 작은 카페에 갔다. 간판도 없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니 녹차라테를 시켰다. 가격은 2,000원이다.
참고로 이 당시에 제일 저렴한 카페가 이디야 커피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메가 커피나 컴포즈 커피급의 저렴한 가격이다.
친구가 이야기하는데 시계를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빠 죽겠는데, 시계 브랜드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 참고로 명품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강제로 좋아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여간 친구가 하는 사업이 있다고 했다.
“무슨 사업인데?”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네트워크 마케팅.
그러면서 자기의 사무실로 함께 가보자고 했다.
나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오래간만에 본 친구를 바로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어디인데?”
그 카페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카페도 하나의 코스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친구 따라 강남... 아니 교대역으로 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