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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Jul 29. 2019

因緣


그녀는 내 앞에 불현듯 나타났어요.

눈길 한 번에 나는 작아졌죠.

작아진 마음으로 그녀를 오해하고 밀어냈어요.

멀찌감치 떨어졌다고 생각할 때

다시 눈앞에 어른 거렸죠.

소심한 마음으로 용기 내어 옆에 있고 싶었어요.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순수한 마음이면

삶에 축복이 내려질 것이라 여기며...


어리석었죠. 단순하고 오만했어요.

그녀에게 나의 모습은 경박하고 유희적이며

진지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졌을 거예요.

그녀가 나에게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메시지를 보낸 것은 너무도 당연해요.

나는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요.

어린아이에게

그녀가 어떻게 자기를 열어 보일 수 있었겠어요.

순수함은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에

순전한 장식,

결코 용기가 될 수 없는데.

나는 아직도 어린 아이네요.



이제 축복은 바라지 않을 거예요

나에게 축복이 오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단지 그녀를 구하고 싶어요.

삶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이렇게 말하면서도 두렵네요.

나란 사람 자체가

그녀의 삶에 불협화음이 될까 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

체면치레, 민감함, 자제, 의구심

모두 떨쳐 내려고요.

그녀가 허락한 만큼

나는 경박하지 않게 한걸음 나아가고,

나의 축복이 아닌 그녀의 미소가 있으면 해요.




준호,


부담남이 독심술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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