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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Jun 26. 2020

[#살아있다] 짧은 감상문

재미있었는데 왜 혹평이 난무하지?


나 혼자 재미지고 다수가 오지게 재미없었다고 하면 당혹스럽다. 이유가 불분명하면 의아스럽고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예술성이 짙어서? 

극 전개가 루즈해서? 

배우 연기가 발연기라서? 

모두 아니다.


영화 '#살아있다'를 두고 하는 나의 넋두리다. 지겹고도 지겨운 악질 코로나 이후 첫 영화. 너무 오랜만에 본 영화라 반가움이 크게 왔나 보다. 보는 내동 오호! 군더더기 없이 쌈박한데! 우후! 여기까지 극 전개는 무난했어, 그래 감독아 이제 어떻게 마무리 지을 건데, 너의 실력을 보여봐! 으음, 그래 그래, 이 정도 마무리면 무난해. 싼마이로 재밌게 잘 보고 간다. 고마워! 이게 나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평은 

'시간 가는 줄 알고 봤다.' 

'개연성과 현실성이...' 

'배우 연기력이 아깝다!'


도대체 뭐지?

심지어 나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영화 투자자 이름들이 감독 이름보다 먼저 보여서, 음... 마저 영화 투자로 돈 벌려면 이런 영화가 적격이지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극장 문을 나왔다. 나는 투자했으면 망했을 거다. 일단 코로나에 망하고 관객수에 망하고...


저 혹평들의 발원지는 어딜까?

일단 시나리오는 수준급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중성을 위해서 표현의 깊이를 포기한 작가의 고뇌가 느껴졌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서로 악다구니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좀비로, 온전하게 나의 공간에 머문 사람은 살아있는 인간으로 은유와 풍자를 넣고 싶은 작가의 욕망. 더 나아갔으면 상징이 덕지덕지 붙으며 난해해졌을 것이다. 마누라 좀비를 먹여 살리려는 살아있는 아저씨로도 감정이입의 한계선에 와있는데 더 나가면 추상이 서사를 압도해야 된다. 영화가 간략한 서사를 추구하는데 추상이 비대해지면 가분수. 머리가 심하게 크면 사람들은 신기해서 보려 하기보다 끔찍해서 쳐다도 안 볼 것이다.


영화 내용으로 돌아가자. 이 영화는 서사가 간략하며 속도감 있게 내용이 전개된다. 좀비 바이러스가 왜 퍼졌는지 하는 서사 구조 짜 맞추기를 생략하고 인물 감정 변화에 포커싱 한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탁월해서 극의 몰입감이 더해진다. 무슨 바이러스인지, 어떻게 전파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극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시시콜콜 서사의 개연성을 설명해주다가 삼류 할리우드 영화가 된다.


인물 설정도 좋아 보였다. 즉흥적이고 대책 없이 돌발적인 놈이나 준비성 철저한 놈이나 어찌저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도 유쾌해 보였고, 두려움 앞에서 누구에게나 죽음이 엄습한다는 점도 쌍팔년도 신파극 없이 매끄럽게 잘 표현됐다. 글을 적다 보니 더욱 미궁에 빠진다. 


이 영화의 개연성과 현실성이 어쨌다는 거지?

필자는 좀비물 마니아가 아니다. 워킹데드는 본 적도 없고 킹덤 또한 앞으로 볼 생각이 없다. 이런 드라마들의 활약 덕택에 좀비물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완성된 상태에서 관객들은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것 같다. 이전 작품들보다 좀비 세상을 더욱 현실감 있게 체험하고 좀비물이라는 장르의 연장선상에서 좀비의 피 냄새와 물림의 공포를 더 크게 느끼고 싶은 건가 보다. 


이제 생각났다. 나도 영화 보면서 

왜 저 좀비들은 유아인 손을 안 물지? 

지금 잠실대교에 차가 많은 건가? 

엥? 여 주인공이 센 거야? 좀비가 약한 거야?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좀비물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 관객들이 요구하는 필수조건이 있는 것 같다.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세심한 연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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