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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Oct 15. 2020

[도망친 여자] 해설 1

홍상수의 끊임없는 차이와 반복


무엇이 진심이고 진짜일까? 

그 사람의 말? 표정? 행동?


온갖 사회적 질타를 받은 감독. 

자신의 내면세계를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깊게 영화에서 배어 나온다. 


뮤즈에 대한 사랑, 

사람들이 생각하듯 사랑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자신의 욕망에는 철저히 진심이라는 

내면이 엿보인다. 


사랑을 택한 후가로 

세인들이 가하는 도덕적 판단에 

'나'라는 진심 그 자체로 살아가는 

그의 생각의 편린들을 보여준다. 


'놀랍다.' 

이토록 현학적인 생각들을 

어느 작가나 예술가보다 

더욱 정교하게 표현한 점에 놀란다. 

물론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의 표현력에는 경탄해 마지않는다.  


사람들이 으레 하는 

사랑이냐, 불륜이냐는 

도덕적 잣대에 대한 감독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홍상수는 여기에 관심도 없다.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 있다. 

진짜 있는 그게 뭘까? 

진심을 표현하는 말일까? 

타인을 대하는 표정일까?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행동일까? 


홍상수는 답한다. 

온갖 변화 속에서도 

네가 반복적으로 하는 

그게 진짜고 진심이고 

존재하는 거라고.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 굉장히 장문의 글이 될 것 같아 4부로 나눠서 쓰려고 한다. 1부는 보다시피 영화 주제에 대해 소개하였고 2부는 장면별로 의미하는 바를 해설하려고 하며 3부는 감독이 영화 주제에 대해 어떤 위치에서 고민했는지 밝히고 4부는 총평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홍상수 마니아들이 이 글을 통해 더욱 진하게 영화를 음미해주면 좋겠고, 그의 영화를 안 보지만 뉴스를 보고 감독에 대해 가타부타 논쟁하기 좋아하셨던 분들도 이 글을 읽고 비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평론가들의 한 줄 평들을 읽어보았는데, 느낌적 느낌(?)으로 가득하다. 홍상수를 이해하려면 [차이와 반복] 질 들뢰즈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고 홍상수가 영화 속에서 '이건 진짜가 아니야' '이것도 진짜 있는 게 아니라고' 외쳐대는 소리를 들으려면 현상학과 실존주의를 들어는 봤어야 한다. 좋은 작품은 룰루랄라 느낌적 느낌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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