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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Oct 17. 2020

[도망친 여자] 해설 3

홍상수의 끊임없는 차이와 반복



해설 1과 2에서는 영화 자체에 집중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홍상수 감독이 어떤 위치에서 이러한 장면들을 영화 속에 삽입했는지 말하려 합니다. 각각의 장면들에는 감독 본인의 현실적 처함에 기인한 생각의 반영이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1. 고기 먹는 장면 : 사랑해! 나의 뮤즈

고기를 먹자니 머릿속에 소의 눈망울이 떠오르고, 안 먹자니 고기는 너무 맛있다. 머리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데, 몸이 벌써 다른 곳에 가있다.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뮤즈를 정말 사랑한다. 소의 눈망울이 대사에 나오는 순간 즉흥적이듯 김민희에게 카메라를 클로즈업한다. 그에게 도덕적 옳고 그름은 관심이 아니다. 그녀를 지키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데, 그녀는 너무 매력적이다.


2. 도둑고양이 : 사랑이냐, 불륜이냐는 의미 없는 논쟁이야!

도둑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게 옳은지 그른지 판결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독단에 빠진 사람이다. 서로 다른 차이의 중심에 모두가 따를 수 있는 진리란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취향의 차이에 따른 서로 다른 입장 차이뿐이다.

홍상수 감독과 대중 사이에 놓인 도덕적 판단은 진리일 수 없다. 그에게 사랑이냐 불륜이냐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냐 안주냐의 소모적 논쟁이다.


3. cctv : 제 3자는 남의 사정을 알길 없어!

영화 속 주인공이 모르는 사람은 cctv 화면으로만 보게 된다. 말도 표정도 사라지고 몸짓만 남아있다. 무슨 대화가 오고 가는지 어떤 표정으로 말하는지 알 수 없으니 그들의 행동은 맥락 없어 보인다.

감독에게 대중은 모두가 제 3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cctv를 통해서만 제 3자를 볼 수 있듯 감독의 사생활도 대중들에게는 밑도 끝도 없는 행위만 남는다. 그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지 않겠는가? 그걸 우리가 어찌 알랴.


4. 3층 다락방 비밀 : 추측성 이야기들 그만 좀 해!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에 우리는 온갖 추측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믿고 싶어 하듯이 우리가 알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들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믿으려 한다. 홍상수 감독이 도덕적 질타를 받을 당시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했었다.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봤자 당사자나 호사가들이나 지저분해지기는 매한가지인데, 말이 너무 많다.


5. 부동산 : 너나 나나 욕망에 충실할 뿐이야!

영화 속에서 주인공 친구는 집값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모든 대화는 집과 연관되어있다. 여기에 홍상수 감독의 비꼼이 들어가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때, 그 사람의 표면적인 말로도 일회적인 행동으로도 평가 될 수 없다. 찌질한 남자가 난 용기 있는 남자예요 말한다고 그러하지 않으며 악한 사람이 기부 한번 했다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반복적으로 하는 그 무엇이 그 사람의 진짜고 그 사람의 존재다.

주인공 친구는 반복적으로 집 이야기를 한다. 욕망이 오롯이 집에 쏠려 있는 존재다. 주인공은 남편과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는다. 사랑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유지한다는 말이다. 감독은 말한다. 너희 욕망은 부동산이고 나의 욕망은 사랑이야!


6. 다시 보는 영화 : 난 그냥 영화가 좋을 뿐이야!

주인공은 영화를 이미 한번 봤다. 식빵을 먹으면서 보았다. 그리고 우연히 전 남자 친구와 마주쳤다. 그는 자꾸 자기 보러 왔냐고 추궁하지만 그녀는 정말 영화 보려고 온 거다.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다.

이제 감독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이전까지는 영화로 먹고살았다. 그러다 사건이 생겨 대중과 멀어지게 되었다. 영화를 다시 만든다. 대중들은 돈이 필요해서? 다시 인기를 얻기 위해?라고 물을 수 있지만, 감독은 그냥 영화 만들고 싶어서 만든 거다.



제가 위에 쓴 글들도 추측성 말들입니다. 의미 없는 말들일수 있지요. 그러나 천박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제가 느낀 감흥을 동일하게 느꼈으면 하는 욕망으로 씁니다.  이번 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면 니체의 문구를 첨합니다.


도덕적 판단은 인간의 복수심에서 발원한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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