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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Oct 19. 2020

[도망친 여자] 해설 4

홍상수의 끊임없는 차이와 반복



현학적이고 고상한 홍상수의 존재론적 돌려까기.


총평


세계 3대 국제 영화제 수상작이다.

이유가 있다.

홍상수 감독의 동일한 주제에 대한

끊임없는 변주 중에서 단연코 최고이다.

작품의 수준은 정점을 찍었는데

사회적 명성은 최악 중에 최악이다.

인생의 아이러니이다.


영화 '도망친 여자'는 표면적인

말들의 향연이다.

의미 없는 말들이 쌓이고 쌓여

차이와 반복이 형성되고

의미가 만들어진다.

20세기 철학서 중

가장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700페이지 서적 한 권을

런닝타임 77분의 영상에

박아 넣어 버렸다.


세상에 진짜 있는 것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이 이 영화의 주제이다.

처음부터 존재하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중심 된 무언가는 없다.


진심이라고 아무리 떠들어 봤자

말은 의심스럽다.

진심의 표정을 지어봤자

의뭉스럽다.

진심 어린 행동도

일회적일 뿐이다.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듯 일관되다.

작품의 형식도 일관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도 일관되다.

그의 이러한 일관됨이 고지식하게 보일 정도다.

사랑하기 이전에도 홍상수이고

사랑 이후에도 우리가 알던 홍상수이다.


그는 자유주의자의 전형이다.

요즘 시대에 모두가

자유주의자를 꿈꾸는데

그는 손가락질당한다.

그가 진심으로 생각하는 진짜 있음은

보이지 않고

그의 재력과 여자만 보이나 보다.

자유롭게 살지 못함에 대한 복수심을

세계에 유일하게 있는 도덕 교과서로

욕망에 충실한

자유주의자의 머리를

내리찍으려 한다.


그는 앞으로도 우리가 알고 있는

홍상수답게 살아갈 것이다.

그에게 있어 그의 존재는

힘의 역동성을 통한 변화보다

온갖 세상의 변화 속에서

그다움이 먼저다.


영화'도망친 여자'를 보고

김수영의 시론

'시는 온몸으로 쓰는 것이다.'가 떠올랐다.

홍상수 감독은

'온몸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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