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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Nov 01. 2020

[소리도 없이] 장단점

굴레,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이 처한 환경은 

벗어날 수 없는 진창이고, 

빛이 없는 터널이며, 

아무리 걸어도 

다시 돌아오는 도돌이표인가?


영화 '소리도 없이'는 

독특한 소재로 구성된 비극이다. 

유괴, 살인, 시체 처리라는 

무지막지한 단어들이 

그저 그렇게 특별할 바 없는 

일상의 소소 함이다.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끔찍한 유괴, 잔혹한 살인, 

공포스러운 시체 처리로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면 

벙어리 '유아인'과 

달걀 사장님 '유재명'에게는 

백지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는 것들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행함이 

백지 같은 감정으로 이루어지고 

관객에게도 하얀 도화지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스토리의 전개과정은 

클리셰의 연속이다. 

일상적으로 해오던 일들에서 

아동 유괴라는 범죄에 우연히 

끌려들어 온 주인공이 

말로 표현되지 않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영상으로 표현되는 

감정 라인은 

독특할 정도로 정확하게 

독특할 정도로 세밀하게 구성해낸다. 

이율배반적인 상황 속에서 전달되는 

인간적인 감정들은 

유괴와 살인과 같은 도시적 소재와 

푸르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달걀 장수 차의 

시골적 풍경의 묘한 조화처럼, 

끔찍해야 하는 상황인데 

순진무구한 상황처럼 보이고, 

이상한 처지 속에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인데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비극의 요소를 지닌 영화다.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주하는 상황 속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불행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다. 

하던 일에서 벗어나면 제 명에 못살고, 

짐승 같은 삶에서 문명의 빛으로 향하려니 

쫓겨서 제자리로 도망쳐야 한다. 


이 영화의 장점은 

묘한 상황의 연출 속에 

복잡 미묘할 수도 있는 감정을 

대사도 없이 관객에게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연출도 훌륭하고 배우의 연기도 인상 깊다. 

다만 비극으로서의 카타르시스가 

영화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의 비참함과 슬픔은 알겠는데 

그런 감정이 끝 간 데 가지 못한다. 

소리가 없어서인가...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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