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홍상수
조금 있다가 해야지 알고...
오래 있어 봐야지 아는데...
결국 안아주는 소박한 마음만 남는다.
영화는 간절한 기도로 시작한다.
'주여 다시 기회를 주시면 죽을 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들이
하루 또는 며칠로 시간을 고정시키고
장면들의 교차로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하는데
이번 작품은 3부로 나뉘며 몇 년 단위로 건너뛴다.
긴 시간 동안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1부는 남자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시작한다.
무엇인가 말하려고 아들을 불렀는데
아무 말도 못 한다.
아버지고 아들이고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에게는
악수를 하고 안아주며 감정을 표현하는데,
조금 있으면 된다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미래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고 끝난다.
2부는 여자인 어머니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전작을 연상케 하는 배경 설정으로
자식으로 이어지는 내용 전개이다.
미래를 이야기하며 괜찮을 거라고 한다.
앞으로 오랫동안 집을 같이 쓰는 것도 괜찮을 거고,
멀리 떨어진 연인 사이도 다시 만나 포옹을 하며
자신들의 미래가 괜찮을 거라 한다.
그러나 미래가 괜찮을지 아무도 모른다.
3부는 자식의 시점에서 주로 이야기한다.
힘든 건 서로 마찬가지고
서로 보고 있다는 표시도
봤으면 먼저 했겠지 생각한다.
지인도 쉽게 안아주고
연인도 자주 안아 주던 아들인데
지금은 안지 못한다고 꾸지람 듣는다.
영화는 안김 받으며 끝난다.
남자들의 찌질함과 여자들의 히스테릭함을
공간으로도 쪼개 보고 시간으로도 쪼개 보던 감독이
돌고 돌아 다시 안아주고 싶은 소박한 감정을
시작점으로 놓은 듯하다.
예술적 감정표현의 힘듬이
영화에서 추상화된듯한데
예술적 영감의 고갈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감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