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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Feb 22. 2016

ASD 선별 검사

2009년 12월 ~ 2010년 3월

소아과 전문의로부터 최초 평가를 받은 몇 주 후 닥터 크리스가 진단 의뢰를 한 기관의 담당자와 여러 차례 면담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J가 아직 ASD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였지만 많은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닥터 크리스는 이미 J가 자폐증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우리가 살던 곳을 관할하는 지역을 담당하는 거점 발달장애 치료센터가 위치한 온타리오 런던에서 선별검사가 이루어졌다.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자폐일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 자료에서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치료를 받거나 사립기관을 찾아다니지는 못했고 다만, 닥터 크리스가 권고한 대로 언어 및 작업치료를 일주일에 한 시간씩 받고 일주일에 2시간 반 동안 어린이집을 다닌 게 전부였다.


2009년 12월에 템즈벨리아동센터(Thames Valley Children's Centre, TVCC)에서 처음으로 자폐 관련 기관의 담당자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그때, 우리가 원했던 것은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한 것이었지만 J가 말을 시작하고 분노발작도 줄어들었으면 좋겠고 젖병을 떼고 숟가락을 사용해서 밥 먹는 것을 보고 싶었다. 상담사에게도 그런 사정을 얘기했다.


당시 J는 글자와 숫자에 푹 빠져 있었고 가장 좋아하는 놀이도 자석글자를 하나씩 모아 단어와 문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J는 그 단어와 뜻을 알고 있어도 소리 내어 읽지는 않았다. 사실, 당시 J의 언어 인지력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기에 그럴 것이라고 추측했다. J는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우리 손을 끌고 냉장고로 갔다. 이런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언어치료사는 그림 교환 의사소통 시스템(Picture Exchange Communication System, PECS)을 권고했고 우리는 냉장고와 벽에 작은 그림들을 붙이고 그것을 가져오면 원하는 것을 내주는 훈련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우유 그림을 가져오면 우유를 주고 사과 그림을 가져오면 사과를 주는 식이었다. Jay는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받으면 경기를 부렸다. 그럴 때면 바닥에 쓰러져 이마를 찍기도 하고 비명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J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곤 했는데, 어떨 때는 꽤 오래 동안 지속될 때도 있었다.


면담이 끝날 때쯤, 자폐에 관한 글에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TVCC에서 운영하는 집중행동개입(Intensive Behaviour Intervention, IBI)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사설 흥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 ABA) 치료사의 연락처도 받았지만 너무 비싸서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폐증 진단 기준을 물었는데, 너무 다양하고 많은 글들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의사들이 DSM IV 기준을 사용하며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Childhood Autism Rating Scale, CARS)와 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줄(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 ADOS) 같은 검사를 통해 자폐성 장애아를 진단한다고 답했다.


아직 자폐 진단을 받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TVCC 담당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고 다만 자폐증과 해당 지역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고 싶으면, 온타리오자폐증협회(Autism Ontario)에 연락해 볼 것을 제안했다.


2010년 3월이 되어서야, 온타리오 주정부가 운영하는 어린이 부모 자원 연구소(Child and Parent Resource Institute, CPRI)의 공식 선별 검사를 받게 되었다. CPRI는 주정부 기관이지만 런던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우 특화된 3차 기관으로 0~18세의 유아 청소년들의 복잡한 감정 및 행동 장애, 정신 건강 문제 평가, 자문, 교육, 연구, 단기 치료 서비스와 통합적이고, 매우 특화된 여러 분야의 접목한 치료를 가족들에게 제공한다. 이 CPRI가 운영하는 17개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바로 ASD Clinic으로서 18세 이하 청소년, 해당 가족, 보호자,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ASD에 관한 진단, 치료, 자문,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월 17일, 우리는 J와 CPRI의 언어병리학자 조앤과 인터뷰를 가졌다. 자폐증 진단은 특별한 물리적 검사가 아니라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내려지는 것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하루라도 빨리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대응을 하고 싶은 부모들에게는 참 오랜 기다림으로 다가온다.


자폐증 선별 검사는 보호자 인터뷰를 통한 자녀의 발달 과정, 관련 자료 검토, 놀이 관찰,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Social Communication Questionnaire, Lifetime) 작성 등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 당시 J가 할 수 있던 것들은 한 단어를 사용해서 필요한 것 요구하기 (예를 들면, 우유, 과자); 사물을 가리키기 (초기 치료의 목표였음); 일단  잠들면 깨지 않고 잘 잠; 퍼즐, 글자, 숫자 세기 등에 뛰어남; 기억력이 좋음 (TV에서 본 것들을 특히 잘 기억함) 등이었으며, 조앤은 긍정적인 신호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려를 보인 영역도 있었는데, 무엇인가를 가지려고 할 때에만 제한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며 사회적 목적은 없는 점; 글자, 인쇄물, 컴퓨터 등에만 강한 관심을 보이고; 다른 아이들을 주목하지 않는 듯하고,;위험에 대한 감각이 없고 고통을 잘 견디는 것으로 보여며; 매일 아침에 일어나 첫 번째로 하는 일이 퍼즐 맞추기;  따라 하지 않고 타인을 걱정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칭찬을 이해하거나 감사해하지 않는 등의 비정상적인 행동들이었다.


선별 검사 결과는 공식적이지 않았지만 조앤은 J가 ASD 혹은 전반적인 발달 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PDD)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으며, 근거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J에게는 필요를 충족하는 것 이상의 기능적인 언어 사용 증거 없음; 가족이나 친구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결여; 글자와 컴퓨터에 강한 관심을 보임에 따라 향후 ASD 검사를 위한 추가 진단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가로, SCQ 검사 결과는 23으로 나타났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SCQ 점수에서 23을 넘는 것은 중증 자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높은 수치였다. (4세 이하의 경우 14점을 넘으면 자폐증으로 간주한다.)[1] 조앤은 이제 실제로 자폐증 진단을 위한 검사가 몇 달 후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때까지 지금 진행 중인 언어치료와 작업치료를 계속할 것을 권장했다.



1.  김붕년 외, 지역사회 발달장애 아동의 대규모 역학 연구를 위한 기획 예비조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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