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일관성 유지?
자폐증 진단은 의료 기록, 행동 관찰, 선별 검사 등을 기반으로 한다. 전통적인 자폐증은 16개월 이후 안정적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좀 더 개선된 선별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빠르면 12개월에도 진단이 가능하다. 정기검사에서 발달지체 혹은 장애가 있을 경우는 물론이고 눈 맞춤이나 가리키기, 따라 하는 놀이 등이 없을 경우 선별과정을 통해 진단을 수행할 수 있다. 선별과정은 주로 부모가 "예"와 "아니오"로 이루어지는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아니오"라는 응답이 핵심 질문에 대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그 아이는 자폐스펙터럼장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식별된다. 자폐증이나 기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아이는 시각 및 청각 검사, 유전적 장애 검사, 신경과학 및 심리학적 평가 등을 포함하는 의료적 평가를 받게 된다. 일단 자폐증 예비진단이 나면, 치료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게 된다.[1]
자폐증을 확진할 수 있는 검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진단은 전적으로 여러 차례의 인터뷰와 전문가의 관찰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봐도 평생 그때처럼 많은 설문지 작성과 인터뷰를(것두 영어로 몇 시간씩) 해본 적은 아직까지 없다. 그중에 몇 가지 찾을 수 있는 대로 관련 자료를 기술해보면, 거의 맨 처음에 작성했던 설문으로 기억되는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Social Communication Questionnaire, SCQ) Lifetime/Current에서부터 감각프로파일 - 보호자 설문(Sensory Profile - Caregiver Questionnaire), 사회성숙도 검사 도구인 바인랜드 적응행동 척도(Vineland Adaptive Behavior Scales),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행동장애, 그리고 정서장애 등을 평가하는 검사기구인 코너스 부모 평정 척도(Conners' Parent Rating Scale - Revised) 등을 비롯하여, 다른 전문가를 만날 때마다 거의 비슷한 내용의 인터뷰를 계속했다. 나중에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한 것이 다를 때도 있는 것 같고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급적 질문 내용을 기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대답이 달라지고 있는지도 함께 보면 자폐증 치료의 경과를 파악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길 수가 없었던 게 좀 안타깝다. 사실, 수 많은 예/아니오 질문과 0에서 4까지 고르라는 스케일 질문들이 지겹기도 했다. 인터뷰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의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체로 정형화된 질문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질문인 것처럼 매번 물어보는 질문들은 어찌나 J의 경우와 잘 들어 맞는지 신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