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쓰는 물건과 살고 있는 곳이 문제!
직접적으로 임신과 관련되어 있을 것 같지 않는 환경적 위험요소도 많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관련 근거 혹은 연구가 진행된 몇 가지 위험요소를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1억 건에 달하는 의료 기록에 대한 분석 결과, 자폐증과 기타 지적 장애율이 살충제와 같은 유해한 환경 인자들에 노출되었음을 보여주는 남아 신생아의 생식기 기형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났다. 성별, 인종, 사회경제적 및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보정한 후의 자폐증 발생률은 신생아 기형아율의 빈도가 1% 증가할 때마다 283%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적 장애율은 94% 증가하였다. 또한 자폐증과 지적 장애 발생률은 부유하고 보다 도시화된 국가에서 소폭 증가함이 확인되었다. 남자태아는 납과 같은 중금속, 성호르몬 유사물질, 의약품 및 기타 인공 물질들을 포함한 신경독물질에 특히 민감하다. 부모가 이러한 독성물질들에 노출된 것이 음경왜소(micropenis), 요도하열(hypospadias), 잠복고환(undescended testicles) 등과 같은 선천적 생식기 기형이 나타나는 대부분의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1]
앞서 언급한 백신이나 치과용 아말감 외에도 인간의 산업활동을 통해 수은이 환경으로 배출된다. 예를 들면, 석탄에 포함되어 있던 수은이 화력발전을 통해 배출되기도 하고 일본의 경우, 그 양은 연간 수백 kg 정도에 달한다. 과거에는 도금, 농약, 화약, 의약품, 가성소다 제조, 건전지, 형광등, 액정 백라이트, 수은램프, 수은스위치, 계기류, 백신 방부제, 가스검지관, 안료 등에 이용되었으며, 현재도 일부 이용되고 있다(예, 의약품의 경우 머큐로크롬(mercurochrome) 소독약, 계기류의 경우 체온계). 제품의 이용 및 폐기에 의해 수은이 배출될 수 있다. 수은이 인체에 유입되면 다양한 중독증상이 나타나는데 특히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자폐증,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화학물질 과민증, 전자파 과민증과 관련되었음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위험성이 인식되어 선진국에서는 수은의 인위적인 이용이 상당량 감소되었다. 일본 국내의 수요로 보면, 1964년 약 2,500톤을 최고치로 최근에는 연간 10톤 정도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소, 폐기물 처리시설, 하수처리장, 금속정련 플랜트 등에서 수은이 회수되고 있다. 그 양은 약 연간 100톤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회수량과 수요량의 차이에 있다. 일본은 주요 수은 수출국으로 개발도상국의 금광에 공급된다. 금광석은 전처리를 통해 수은과 합금을 형성하며, 이후 가열을 통해 수은을 대기로 방출하면 금을 얻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금광에서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수은에 노출되고 있다.[2]
몇 년 전 스웨덴에서는 바닥 마감재로 특정 성분의 플라스틱을 이용한 집에 사는 아이들이 자폐증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자폐증과 환경독물질의 관계를 최초로 증명한 이 연구는 프탈레이트 (phthalates)를 방출하는 비닐 바닥재가 시공된 집의 아이들에게서 자폐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알레르기 및 천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실내 환경에 관한 다양한 설문을 통해 진행된 연구에서 4779명의 6~8세 어린이 중 60명의 소년을 포함한 72명이 자폐증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외에도 네 가지 환경요인을 발견했는데 비닐 바닥재, 엄마의 흡연, 가족의 경제적 문제와 나쁜 환기상태를 의미하는 창문 위에 맺힌 물방울 등을 제시하고 있다. 비닐 또는 PVC 바닥이 깔린 침실에서 생활한 유아들은 5년 후에 비교했을 때 나무나 리놀륨 바닥이 깔린 침실에서 생활한 유아들보다 두 배나 많은 자폐증을 보였다. 또한 환기가 부족한 것을 시사하는 창문 안의 결로현상이 더 많은 집에서 생활한 경우 자폐증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엄마가 흡연자인 경우에도 아이들이 자폐증을 가질 확률이 두 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아들은 천식을 가질 확률도 높았다. 동물실험에서 프탈레이트는 남성 호르몬과 성적 발달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나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며, 아직 쉽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자폐 장애와 환경 인자 사이의 몇 안 되는 단서이기 때문에 실험 결과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가정용 또는 농업용 살충제에 노출되는 것과 자폐증 사이의 관련성이 발견된 바 있고 최근의 연구에서 캘리포니아의 자폐증 발병률이 1990년 이후 7배 증가한 것이 발견되었다. 유전적 특징이 이렇게 빠르게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화학적 오염물질이 연관되어 있다고 의심해 왔지만, 어떤 화학물질이 또는 어떤 화학물질들의 조합이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3]
2009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상적으로 음식이나 음료를 담는 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비스페놀 A(bisphenol-A, BPA)와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자폐증 어린이 환자의 경우, BPA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BPA는 수용성으로 물에 녹아 간의 포도당에 결합된다. 이러한 과정을 글루코니화(glucuronidation)라고 불린다. 이후 한 개의 글루코로니드(glucuronide)로 전환되고 소변을 통해서 배출된다. 이 연구는 신진대사 연구를 통해서 어린이들의 소변에서 발견되는 모든 화학물을 조사 분석했는데, 대사물질과 총 BPA배출액 사이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자폐아 그룹이 통제그룹보다 약 세 배 정도 높고, BPA 결합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은 자폐아에게서 약 15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는 이미 BPA가 환경호르몬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 연구는 인간에게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여주었고 처음으로 자폐증과 연관되어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임신 중인 여성은 BPA를 멀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4]
이 외에도 자연적인 물질과 인위적인 물질에서 모두 검출되는 환경 호르몬(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 EDCs)의 독성 효과는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환경 호르몬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데, 선조에서 환경 호르몬에 노출이 이루어진 조상노출(ancestral exposure)의 경우, 특히 암컷을 스트레스(stress)에 취약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암컷 쥐에 대하여, 조상노출과 스트레스를 조합했을 경우 비약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코티코스테론(corticosterone, 인간의 코르티솔과 유사한 스트레스 호르몬), 걱정과 관련된 유전자의 보다 더 높은 발현 및 보다 더 빈번한 불안 행동(anxious behavior) 등을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이미 스트레스 호르몬이 기억과 학습과 관련된 뇌의 영역을 퇴보시킨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세대를 거듭하여 전달되는 환경 호르몬의 후속 노출이 동물의 유전자 암호(genetic code)를 변경시키지는 않지만, 특별한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은 세포가 단백질과 같은 유용한 물질을 만들기 위하여 유전자 암호를 사용하게 하는 공정이다. 만약 인간 유전자 암호의 선택이 과자 조리법이라면, 유전자 발현은 얼마나 많은 과자가 조리법에 따라 만들어지는가로 볼 수 있다. 유전자가 있다고 해도 모두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 호르몬 같은 외적인 영향을 받는데, 이처럼 미래 세대로 전달될 수 있는 유전자 발현에서 변화의 관찰은 발생기구학(epigenetics)이라고 알려진 새로운 연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5]
1.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03/140313172935.htm
2. http://eco.nikkeibp.co.jp/article/column/20110126/105741/
3. http://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link-between-autism-and-vinyl/
4. http://medicalxpress.com/news/2015-03-links-bpa-exposure-autism-spectrum.html
5. https://cns.utexas.edu/news/exposure-to-toxins-makes-great-granddaughters-more-susceptible-to-st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