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 Lee Mar 08. 2016

응용행동분석 - ABA

기적인가? 과학인가?

현재까지 자폐증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에서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ur Analysis, ABA)만큼 폭넓은 지지와 과학적인 증거를 가진 방법은 많지 않다. 거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치료의 황금률로 간주되는 이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9년 전 오타와 대학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했던 자폐증에서 회복된 16세 소년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데보라 페인(Dr. Deborah Fein) 박사는 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은 이 소년이 겨우 "노(No)"라는 말을 이해할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5살 무렵 말을 시작했고 뛰어난 기초 학습 능력을 보였으며 사회성도 개발했다. 이제 누구도 이 10대 소년을 자폐증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국립 아동 건강 발달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Child Health and Development)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페인 박사는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동 20%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연구에 참여하는 자폐성 장애아들의 대부분은 AB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것은 캐나다에서 IBI라는 이름으로 시행 중인 치료법으로 지시이행(compliance), 사회적 상호작용, 언어 등을 강조하는 고도로 구조화된 집중 치료 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비용은 연간 $60,000(약 6천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페인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어떤 경우에는 회복이 되고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다. 만약 ABA가 자폐증 회복에 필요한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면 나머지는 무엇일까?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은 페인 박사가 주장하는 회복에 의구심을 표명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릇된 희망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부모들은 전문가들보다 수용적인 경향을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기적의 치료라는 것에 신중하게 대응한다. 이 16세 소년의 경우에도 여전히 집중력 장애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폐증에서는 회복되었을 수 있으나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는 여전히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ABA 치료를 1년 수행한 후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더 이상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1]


ABA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동을 변화하기 위해 학습이론을 분석하고 그 지식을 시스템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이것은 행동분석의 응용 형태로 급진적인 행동주의(radical behaviourism) 혹은 행동철학과 행동 실험 분석(experimental analysis)을 포함한다. ABA는 관련된 행동-환경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지칭하는 행동 수정(behaviour modification)을 대체하고 있다. ABA가 다른 행동 변화 방법과 다른 점은 목표 행동과 환경 간의 기능적 관계를 먼저 분석함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이런 차이는 종종 이상 행동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대체 행동을 개발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행동 분석 방법은 ASD 장애아를 대상으로 수행되는 조기 집중 행동 개입(early intensive behavioural interventions)에서 범죄행동의 지배 원리에 관한 기본연구에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이 외에도 ABA가 적용되는 범위에는 HIV 예방, 천연자원 보존, 교육, 노인학(gerontology), 건강과 운동, 산업안전, 언어습득, 쓰레기 투기, 의료 절차, 양육, 심리치료, 안전벨트 사용, 중증 정신장애, 스포츠, 약물남용, 공포증, 소아 섭식 장애, 동물원 및 동물 관리 등에 걸쳐 사용된다. ABA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은 소아 자폐증 개입에서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ABA를 적용하여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다른 대체 개입법에 비해 ABA가 강하게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연구 논문을 보면 이런 주장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소아 자폐증의 대응법으로 ABA 프로그램은 유망한 치료법이지만 너무 과장된 주장은 이 방법의 확신을 훼손시킬 수 있고 자폐성 장애를 둔 가족과 기타 이해당사자를 오도할 우려도 있다.[2]


ABA의 두 가지 접근법을 비교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학교 환경에서 구조적인 ABA 접근을 위한 중심축 반응 치료(Pivotal Response Treatment, PRT)와 자연주의적 접근이다. 무작위 임상실험을 위해 연령, 성별, 말하기의 평균길이(mean length of utterance)를 대조한 두 집단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3개월 후 목표 및 비목표 영역의 개선에 있어 PRT 접근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을 보여주었다.[3]


1. 일상적인 치료로써 구조화된 ABA 개입


구조적 ABA 개입법은 1987년 쾨겔 오델 앤 쾨겔(Koegel, O’Dell, & Koegel)이 제시한 방법이다. 구조적 ABA 치료시간(sessions)은 임상의가 선택한 자극용 교재와 나이에 부합하는 인쇄된 판매용 카드를 사용하여 구성된다. 임상의가 일련의 카드를 제시하는 연속적인 시도를 통해 반응을 유도하는 형태로 개입이 시도된다. 정확한 응답과 연속적인 근접은 긍정적 강화의 대상이다. 이란의 특수 학급에서는 이런 개입법이 자폐성 장애아를 대상으로 수행되는 표준 방식이다.


2. PRT 개입


PRT 개입은 2011년 쾨겔이 제시한 동기를 중심축 반응(Pivotal Response)으로 사용하는 매뉴얼에 기반을 둔 개입법이다. 이 접근법은 임상의가 임의로 자극용 교재를 선정하는 대신 아동의 선호도를 기반으로 교재가 선정된다. 긍정적 보상은 이미 획득한 짧은 말하기에서 긴 말하기와 같은 새로 습득한 기술에 대해 모두 주어진다. 보상의 범위도 넓어서 정확한 반응이나 연속적인 근접은 물론 응답을 위한 분명한 발성 시도에 대해서도 보상이 이루어진다. 다만 보상의 방식은 먹을거리나 칭찬을 사용하는 대신 칭찬하는 말과 동시에 교육적인 놀이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제공된다.

표 1. 구조화된 ABA와 PRT 비교

재미있는 사실은 이 ABA가 개나 돌고래 같은 동물을 훈련시키는데도 사용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동물을 훈련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발견하여 여러 용도로 적용한 바 있다. 어떻게 보면, 비인간적일 수도 있지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영장류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대표적인 기준이라고 볼 때, 동물에 통용되는 방법을 자폐성 장애인에 적용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 꼭 억지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폐성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 중에는 자녀에 대해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막대한 비용에 또 한 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적인 증거가 있고 유망한 치료법이라고 해도 자폐증의 원인이 무수히 많은 것처럼 ABA도 모든 자폐성 장애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자폐성 장애에 적용된 ABA에 관한 실험적 연구와 프로그램을 적용한 극적인 효과의 주장 사이에는 행동 분석에 놓인 핵심가치에서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이런 고려 없이 그녕 자폐증 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결국 '자폐증을 위한 ABA'에 대한 대중과 전문가의 확신에 손상을 주고 다른 분야에서 적용되는 ABA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 교사, 기타 이해 당사자들이 자폐성 장애아에 대한 개입 방법을 오도할 수 있다. 자폐성 장애아를 가져 크게 상심하고 있는 많은 가족들이 자폐증을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비용에 상관없이 어떤 치료라도 받고자 하는 경향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소요되는 많은 비용과 포괄적인 ABA 프로그램에 관련되어 종종 보이는 감정적인 스트레스 외에도 자폐증에서 회복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고 노력이 불충분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부작용도 일으킬 수 있는데도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거짓 희망을 제공하는 것은 자폐증은 평생 동안 가지고 가야 하는 증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4] (그렇지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닌가? 자폐증은 왜 불치병으로 남아야 하는가?)



1. http://www.canada.com/windsorstar/news/story.html?id=e9179c7b-fda6-4682-81f8-20a589683d64

2. http://psycnet.apa.org/journals/bar/3/1/45.html

3. http://europepmc.org/articles/pmc4194254

4. Herbert, James D.; Brandsma, Lynn L., Applied behavior analysis for childhood autism: Does the emperor have clothes?, The Behavior Analyst Today, Vol 3(1), 2002, 45-50.

매거진의 이전글 작업치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