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마약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성을 증진시켜주는 호르몬이 옥시토신이었다면, 자폐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또 하나의 호르몬이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의 분비가 과다하거나 활발하면 조울증이나 정신 분열증(schizophrenia)을 일으키며,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 경우 우울증(clinical depression)을 일으킨다. 또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운동장애를 일으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을 유발한다. 흡연으로 인해 흡수되는 니코틴은 도파민을 활성화시켜서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마약을 통해 느끼는 환각이나 쾌락 등도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 및 활성화시켜서 얻게 되는 것이다. 사실 위 항목보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도파민은 인간을 흥분시켜 인간이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부여하는 호르몬 중 하나이다. 이쪽에서 도파민이 결핍되면 무엇을 해도 금방 질리고 쉽게 귀찮아지며, 모든 일에 쉽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중요한 호르몬인 도파민의 작용은 도파민 수용체(dopamine transporter, DAT)가 도파민을 검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하지만 도파민의 과도한 공급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DAT에 돌연변이(Val559)가 발생하면, 혈액 내의 도파민을 "반대로 작동하는 진공청소기"처럼 도파민을 시냅스로 분출시켜 지나친 흥분을 일으킨다. 동물실험에서 이 돌연변이를 가진 쥐는 벽으로 달려가서 충돌하는 반응(darting)을 보였다. 또한 미성숙 의사결정을 평가하는 충동성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돌연변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알려진 암페타민(amphetamine)이나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같은 약물이다. ADHD가 없는 정상 동물과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들 자극제가 시냅스에 도파민을 유입시켜서 과다활성을 촉발시키지만 돌연변이 DAT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 이들 자극제를 투여하면 정상 동물과 비교하여 도파민 유출 및 운동 능력 활성화에 오히려 둔감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1]
이 외에도 스탠퍼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특정 두뇌 회로가 사회적 회의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뇌에 존재하는 수백만 개의 회로 중에 하나인 이 회로가 자극되면 다른 쥐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회화를 피하게 된다. 이것은 자폐증, 불안장애, 정신분열증, 우울증과 같이 사회적 상호작용이 저하된 신경정신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두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스탠퍼드 대학의 생명공학과, 정신과, 행동과학과 교수인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는 자폐증 환자는 때로는 사회관계를 완전히 혐오하는 것으로 보이며, 사회화는 물론이고 심지어 눈을 마주치는 것까지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을 사용하여 광민감성 신경세포 회로를 켜고 끌 수 있도록 만든 후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쥐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이라고 불리는 뇌줄기의 영역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는데, VTA는 뇌의 주요 보상 회로서 먹이를 먹거나 짝짓기를 하면서 생존 가능성을 증진시키거나 차가운 환경에서 따뜻한 피난처를 찾았을 때의 성공에 대한 즐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영역이다. 이 VTA의 작동 원리는 멀리 떨어진 처리센터와 인접한 신경세포의 접촉점에서 도파민과 같은 화학물을 분비하는 섬유관을 통해서 뇌의 다른 처리센터에 신호를 전달한다. 도파민이 이들 신경세포의 수용체에 도달하게 되면 활성신호가 송출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도파민이 사회적 상호작용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다.[2]
2013년에 개정된 DSM-V에서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의 ASD에 포함 여부가 약간은 모호해졌는데, 새로운 지침에 따라 레트 증후군은 자폐성 장애로 분류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레트 증후군은 MECP2 돌연변이와 관련된 ASD로 진단된다. 따라서 레트 증후군만 보이는 경우에는 불안장애,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 질환이 없는 한 DSM 진단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3] 소녀들에게만 발생하는 레트 증후군의 최초 증상은 보통 18개월 전에 나타난다. 이들 어린이들은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스스로 몸을 통제하지 못하며, 특히 손의 사용능력을 잃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에 발작이 일어나고 심한 소화문제, 호흡곤란과 다른 자율신경계 손상이 일어난다. 정신적으로도 지각 능력이 떨어지며 사회적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이 수반된다. 레트 증후군 환자들은 성인까지 살게 되나 보호자의 지속적인 주의와 도움이 필요하다. 때문에 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개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다양한 증상과 지속적인 고통으로 인해 감정적이고 재정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대학의 유전학과 교수인 마넬 에스텔러(Manel Esteller) 박사는 레트 증후군에는 다른 여러 유전자의 활성을 통제하는 자물쇠(padlock)와 유사한 MECP2(methyl CpG-binding protein)라는 후성유전학적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레트 증후군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가운데, 에스텔라 박사의 연구팀은 파킨슨병 약물로 이용되고 있는 엘-도파(L-Dopa)와 도파 데카르복실레이스(Dopa decarboxylase) 억제제 등 두 가지 약물을 병용시킬 경우 레트 증후군 마우스에서 주요 증상들을 경감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생쥐실험에서 도파민 생산 경로에 이상이 있을 경우 레트 증후군을 보였고 도파민 결핍증이라는 측면에서 레트 증후군은 파킨슨병과 상당히 유사하다.[4] 이 연구는 도파민 회로를 제대로 이해할 경우 여러 신경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도파민을 이용한 치료제인 엘-도파는 안젤만 증후군(Angelman syndrome)이라고 알려진 유전성 질환 치료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안젤만 증후군은 15만 명당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신경 유전학적 장애다. 15번 염색체의 돌연변이로 인한 UBE3A(ubiquitin ligase E3A) 결실이 원인으로, 가는 머리카락, 안면 중앙부 저형성, 위턱 돌출, 실조성 걸음, 조절할 수 없는 웃음, 발작, 심한 지능 저하 등을 보이며 심각한 정신 장애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이 증후군은 미세 증후군의 하나로, 손으로 하는 자기 자극성 상동 행동, 의사소통 장애, 주의력 산만, 과잉 행동, 식사 및 수면장애, 운동기능 지체, 자해행동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증후군은 종종 뇌성마비나 자폐증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12세 이하에서는 진단이 어렵고, 아직까지 직접적인 치료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세포 생물학 및 생리학과 벤자민 필팟(Benjamin D. Philpot) 교수는 안젤만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행동 이상이 파킨슨병처럼 도파민 생산 뇌 세포의 결실이나 도파민 생산의 감소에 의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그 대신에 뇌 영역에서 도파민 유출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운동기능에 관련된 흑질선조체(nigrostriatal) 경로에서는 도파민이 감소하는 반면에 보상에 관련된 중간뇌변연(mesolimbic) 경로에서는 증가하였다고 한다. 도파민은 보상 관련 경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반면에 동기 유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말했다.[5]
2. https://med.stanford.edu/news/all-news/2014/06/scientists-tie-social-behavior-to-activity.html
3. http://www.graceforrett.com/rett-syndrome/r168x/the-dsm-5-in-plain-english-is-rett-syndrome-autism/
5.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2/11/121112171223.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