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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Oct 14. 2020

선택의 순간

넷플릭스의 선택을 보았다.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

스트리밍 업계의 제왕은 넷플릭스이다. 제왕이 되기까지 몇 차례 방어전을 치뤘다.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훌루였다고 한다. 엄청난 상대였던 훌루를 제끼고 왕좌를 차지한  방법은 오리지널 컨텐츠였다.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컨텐츠의 제작에 목숨을 건 경영진의 선택이 오늘의 넷플릭스를 만들었다. 넷플릭스 2019년 곤텐츠 제작 예산은 150억달러에 달한다. 2018년 넷플릭스 총매출은 157억 달러이다. (미국주식스타터팩 책 내용 인용)


매출액이 157억불인데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에 들어가는 돈이 150억불이라니..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이렇게 오버슈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컨텐츠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겠다는 경영진의 선택은 탁월했고 그 결과 넷플릭스의 주가는 고공행진이다. 


한시의 쉴 틈이 없는 약육강식의 세계인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수많은 선택들의 결과가 오늘이겠다. 기업의 CEO입장에서 내 선택의 결과로 인해 평생의 꿈인 내 기업이 망하는 것은 한 순간이요. 자기 밑의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다가 기업을 믿고 투자한 투자가들 대한 부담을 이기고 모든 이가 반대하는 선택지를 끌고가는 힘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어제 집에 휴지가 똑 떨어졌다. 보통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깜빡했다.  곧 화장실 대란이 예상되기에 서둘러 마트에 가기로 했다.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에도 수많은 계급이 존재하는 걸 아는가? 짱짱하고 두툼하고 거기에 현란한 문양에 향까지 좋은데다 감촉까지 부드러운 휴지에서 그 와는 정반대로 설렁설렁하고 두루마리를 풀면 먼지가 풀풀 날리고 크기까지 교묘하게 작게 만들고 아무리 화장실용 휴지지만 이걸 써도 될까 싶은 휴지까지 천차만별이다. 내 선택의 기준은 100%천연펄프, 무향, 무형광이면 족하다. 내 기준에서 최선의 선택은 노브랜드 두루마리 휴지이다. 


어제는 일요일이었다. 그날은 우리 지역 마트가 모두 쉬는 날이었다. 그렇다면 선택을 해야한다. 다른 지역 마트로 가던가 아니면 동네 슈퍼로 가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내 머릿속은 마트선택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시작했다.

1. 다른 지역 마트로 간다.

장점: 터무니없는 가격의 상품은 없다. 카드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점: 차를 가지고 꽤 먼 거리를 가야한다. 휴지 사러 갔다가 다른 상품에 혹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항상 그랬다.)

2. 우리 동네 수퍼로 간다.

장점: 걸어서 갈 수 있다. 지역화폐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점: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일 수 있다.

 2-1 우리 동네 수퍼 중 어디로 가야하지?

세 곳이 넘게 있는데 한 곳은 너무 멀지만 지역화폐를 쓸 수 있고. 다른 곳은 가깝지만 전에 갔을 때 휴지가 별로 좋지 않았던 희미한 기억이 있고 다른 한 곳은 ....


쉽게 결정 못하고 시간은 자꾸 흐르고 있다. 기다리는 집사람은 심기가 불편해보인다. 그래도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급기야 나도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떻게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래 그냥 동네슈퍼  A로 가자.', '아니야 그냥 차를 타고 가는게 안전하지 않을까?','아니야 지역화폐 10% 할인 보다 더 비쌀 수 있어 그집은.'

머리속이 터질것 같다.


그 순간 집사람이 말했다.

"니 아빠 답답해서 어디도 못가겠다"

안그래도 선택을 하는데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다 선택해야 하는 부담에 짓눌려있는 나에게 답답한다는 말은 트리거가 되었다.

나는 뭐라뭐라 쏘아 붙이고 방에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애들하고는 말을 해도 애엄마하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삐진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선택을 보았다.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 넷플릭스의 CEO.

모든 회사의 CEO들이 선택과 집중을 잘 하진 못할 것이다. 나처럼 선택장애가 있어 보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선택은 항상 되어진다. 선택이 되어질 때까지의 선택자의 고뇌, 특히 CEO들의 불면의 밤을 생각하게 된다. 경영진에 대한 과한 연봉에 대해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선택 결과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선택자로서 고통의 대가 또한 생각하게 된다.


선택장애에 대한 해법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 생명과 재산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선택에서는 그냥 동전던지기를 하거나 아무거나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에너지를 소비할 만한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그냥 확 정해버리자. 동전을 던지자. 

근데 동전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하지..? 책을 펼쳐서 나온 쪽수로 할까..? 짝수 홀수로 정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옆사람에게 물어볼까 "A야?B야?"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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