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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Dec 20. 2021

05 속도

 처음 달리기를 한 건 재작년 수영을 배우면서였다. 

수영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달리기를 하면 수영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리기를 시도했다.  

(수영을 정말 잘하고 싶어 했었다. 지금도 잘하고 싶지만 수영장 갈 여건이 안되니 아쉽다.)

 처음에는 진짜 30초도 못 달리겠더라. 숨이 너무 차서. 

그렇게 하루하고 안 했다면 오늘처럼 달리지는 못했겠지?


 처음에 '런데이'라는 어플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어플로 달리기를 한 건 한 2-3번 정도밖에 안되는데, 

1분 뛰고, 2분 뛰고 하다 보니 뛰어진다는 걸 깨닫게 해 줬고, 내가 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니 

10분도 뛰고 30분도 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생기니 점점 더 달려지는 것이다. (최근에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 습관을 갖고 싶으면 정체성을 바꾸라는 글을 읽고 이거구나 싶었다.)

 처음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는 기록에 조금 집착했다. 특히 1km를 몇 분에 뛰는지. 


 지금도 다 뛰고 나면 평균 페이스가 몇 분인지 보긴 하지만 더 빨리 뛰고 싶다는 조급함은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달리기 시작한 첫 주는 그냥 코로만 숨이 쉬어질 정도로 뛰었다. 그랬더니 7분 후반대에서 8분도 나왔다. 사실 속으로 조금 너무 느린가 싶기도 했지만, 그 이상 뛰면 힘들어서 하기 싫은 마음이 들 것 같아서 기록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2주 정도 뛰었다. 

그리고 운동 완료 기록을 보는데, 6분 30초 대의 기록이 찍혀있었다. 

기록보다 좋았던 건 그렇게 힘들게 뛰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하더니, 진짠가보다.. 하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6분대의 기록을 확인하고 난 다음날부터 그 기록을 유지하고 싶어지는 게 문제다. 그래서 며칠은 1km마다 

기록을 확인하곤 했는데, 다시-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시작-끝에서만 시계를 보기로 했다.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신경 쓰는 게 나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은 그런 것에 사로잡힐수록 

달리는 본질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달리는 이유는 기록 때문이 아니니까. 

 기록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나한테 기록은 차곡차곡 쌓아서 나중에 내가 이만큼 성장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저금통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기록을 매일 확인하고 신경 쓰지 않아도, 달리기는 매일매일 성장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래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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