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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Dec 21. 2021

06 적응

 달리기는 매일 적응의 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가운 옷을 입을 때, 처음엔 춥지만 금방 체온이 옷에 전달되어 따뜻해진다.  

스트레칭을 하면 굳어있던 근육들이 부드럽게 풀리며 움직이는 몸에 적응한다.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종종 다른 사람의 향수 냄새나 섬유유연제 냄새가 진동할 때가 있는데, 역시 코는 적응한다. 


 밖으로 나가면 차가운 공기와 바람에 적응한다. 나가자 마자는 '어 추워.'라는 말이 금방 나오지만 몇 걸음만 가볍게 달리면 추운 기운은 조금씩 사라진다.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면 발뒤꿈치가 조금씩 당기는데 그것도 몇 분만 지나면 달리는 몸에 적응하여 그 느낌이 사라진다. 

 바람의 역방향으로 달릴 때는 바람막이 모자를 쓰고 달리는데 처음에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지만 곧 적응하여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 

 

 차가운 손은 2.5km쯤 뛰었을 때 천천히 털어주면 온기가 돌면서 따뜻해지는데 적응하면 제일 좋은 점이다. 차가웠던 손이 따뜻해지는 건 정말 생생하게 내 몸에 피가 도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자가 발열? 의 느낌은 나를 아주 뿌듯하게 만든다.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면서 뛸 때는 숨이 계속 차는데, 그것도 역시 적응되기 마련이다. 

내 경험상으로는 하루아침에 적응이 되진 않고, 일주일 정도 비슷한 속도로 뛰면 그 정도의 숨 가쁨은 익숙해진다. 그 익숙함이 주는 성취감도 아주 기분을 좋게 한다. 

 

 마스크를 쓰고 뛰는 것도 적응한다. 

 작년 여름까지는 그래도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반은 쓰고 반은 안 쓰는 정도라, 뛸 때는 도저히 마스크를 쓰고 뛰기가 힘들어 벗고 뛰었는데, 올해는 그럴 수가 없어서 마스크를 쓰고도 잘 뛴다. 적응을 한다. 

 

흐르는 땀에도 적응한다. 나는 땀 흘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달리기는 땀이 안 날 수 없는 운동이라 비 오듯 흐르는 땀에 적응을 했다. 

 땀 흘리는 것이 싫어서 계절도 여름을 제일 싫어했는데, 이제는 여름이 제일 좋다. 땀 흘리는 운동도 아주 좋아한다. 땀이 생각보다 찝찝하지 않고, 특히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은 훨씬 개운하고, 시원하다. 

더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주 잘 적응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하는 말을 매일 몸으로 깨닫고 있다. 

여러 가지 상황에 적응하면서 나는 조금 더 유연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유연함으로 여유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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