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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Dec 27. 2021

10 달리기 싫은 날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벌써 9시가 넘었다. 

어제 늦게 자긴 했지.. 알람을 듣긴 했는데.. 끄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하긴 했지.  

늦잠 잔 것을 반성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방이 건조하면(연관이 있나..) 꼭 오늘처럼 늦잠을 자는 날이 하루는 생긴다. 

주말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강변에서 도저히 뛸 엄두는 안 나고, 크리스마스에 일요일에 이틀을 쉬었다. 

 오늘은 추워도 꼭 나가야지 마음먹고 잤는데, 9시 10분이라니. 

바깥 기온은 여전히 영하다. 겸사겸사 하루 더 쉬고 책이나 읽을까 하다가 주말에 새로 산 러닝용 티셔츠를 

입어보고 싶은 마음에 옷을 주섬주섬 입고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 나갔더니 역시 추워고, 역시 더워졌고, 땀을 뻘뻘 흘리며 5km는 뛰었다는 이야기. 


 주 5일 이상 달리기 목표를 정하고 이제 한 달이 지났다. 

첫날부터 참 나가기가 싫었다.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은 후부터는 싫고 좋고 느낄 새도 없이 나가서 뛰는데,

꼭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기 전 딱 그 순간까지 참 나가기가 싫다. 

 그 후로도 비슷했다. 


 그런 며칠을 겪으며 드디어 터득하게 된 아침마다 달리러 나가는 비법. 

잠에서 깬 후 '달리기를 하러 가야겠다.' 이 생각 이후로는 아무 생각도 하면 안 된다. 

그냥 옷 챙겨서 입고 스트레칭을 하자. 

'추울 것 같은데, 귀찮은데, 나가서 얼마나 뛰지, 바람 많이 불려나...'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반복되고, 결국 '오늘은 쉴까.. 하루 정도는 쉬어도..' 같은 생각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이어서 기가 막힌 합리화도 천재적으로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진짜 나는 천재인가 싶다. 

나가서 뛰어야 할 이유는 생각이 안 나도, 하루 쉬어야 할 이유는 오천 가지가 떠오른다. 

 매일 달리러 나가고 싶으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옷을 챙겨 입어야 한다. 

얼마를 뛸지, 어디로 뛸지, 조금 빠르게 뛸지, 천천히 뛸지 같은 건 나가서 정하면 된다. 

나가기 전에 미리 생각하면 뛰기 싫은 기분만 들게 한다. 

 매일 아침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나갈 준비부터 한다. 그다음 생각은 그다음에 하기로 하고.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아무 생각 말고 일단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

글을 쓰려면 컴퓨터를 펼치고 브런치나 블로그 창을 열고, 청소를 하려면 청소기부터 잡아야 한다. 

설거지를 하려면 고무장갑부터 끼고, 요가를 하려면 요가 매트를 먼저 깔아야 한다.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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