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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민 Dec 24. 2021

09 금요일의 달리기

 1. 구름이 많은 하늘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걷는데, 우리 방은 암막커튼을 걸어 뒀기 때문에 해가 떠도 아주 깜깜하다. 그래도 맑은지 흐린지는 알 수 있는데 오늘은 흐린 날이다. 

 커튼을 걷었더니 구름이 많았다. 

 보통 흐린 날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아침에 잠깐 흐린 건. 원점회귀 달리기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 

 : 달릴 때 방향이, 갈 때는 해를 등지고 가면 돌아올 땐 해를 보면서 와야 하는 데 모자를 써도 겨울엔 고도가 낮아져서 눈이 부시다. 그래서 아침에 잠깐 흐린 건 약간은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2. 오리 사진 찍기 

 강변에 나갔는데 오리들이 둔치로 올라와 있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잠깐 멈췄는데 오리들이 강으로 급하게 내려갔다. 가까이 다가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 달리는데 더 가까이 올라와 있는 오리들이 있었다. 내가 옆을 지나가면 또다시 놀라며 강으로 내려갈까 싶었는데, 나한테는 관심도 없이 어른 오리 새끼오리 풀 뜯느라 정신이 없다. 

 사람의 멈춤이 오리한테는 위협적인가 보다. 


3. 달리는 사람들 

 오늘따라 강변에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엄청'많았다. 

내가 느끼기에 이 시간대는 월요일, 금요일에 뛰는 사람을 다른 요일에 비해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긴 했는데, 

오늘은 특별하다 느껴질 정도로 많았다. 

 평소는 내 뒤에 뛰는 사람, 앞에 뛰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고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만 종종 있는데, 오늘은 내 뒤에서 내 앞으로 지나쳐 가는 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의 뛰는 뒷모습은 엄청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뒷모습을 보면 하나도 안 힘들게 뛰는 것 같은데 나보다 빠른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러다 또다시 생각해보니 달리는데 숨이 안 찬 사람이 있겠나, 다들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힘듦을 참고 버티고 뛰고 있겠구나 싶었다. 

  앞서 가는 사람의 발 박자를 가끔 맞춰서 뛰어보는데 힘들다. 내 박자는 아니구나. 


4. 걷는 사람들 

 혼자서 걷는 사람들, 친구랑 걷는 사람들, 강아지랑 걷는 사람들. 

이야기하면서 걷는 사람들, 노래를 크게 들으면서 걷는 사람, 라디오를 들으면서 걷는 사람, 

자전거를 끌면서 걷는 사람, 지팡이를 짚으면서 걷는 사람, 마스크를 쓰고 걷는 사람, 벗고 걷는 사람. 

가방 메고 걷는 사람, 모자 쓰고 걷는 사람, 검은 옷을 입고 걷는 사람(제일 많다.), 망원경 들고 걷는 사람. 

롱 패딩을 입고 걷는 사람, 패딩 두 개- 하나는 허리에 묶고 하나는 입고-입은 사람. 장갑 끼고 걷는 사람. 

전화하면서 걷는 사람, 동영상 보면서 걷는 사람, 오른쪽으로 걷는 사람, 왼쪽으로 걷는 사람. 

 

5. 앉아 있는 사람

 둔치에 설치된 벤치에 가끔 사람이 앉아 있다. 

앉아서 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고 강을 보는 사람도 있는데 어제는 종이 한 장을 들고 읽고 있는 사람을 봤다. 

하얀 A4용지였는데 신문도 아니고, 고지서도 아니고 무슨 글이 적혀있을지 궁금했다. 

하얀 종이에 인쇄된 글을 무슨 글이었을까. 글이 많았을까, 적었을까. 글씨가 많이 적혀 있는 것 같진 않았는데, '시'같은 것이었을까. 궁금하다. .. .. ....... ............. 하면서 지나쳤다. 


6. 신호등 

 한 바퀴 돌고 원점으로 돌아오면 강변을 벗어나서 집으로 가는데, 신호등을 건넌다. 

 50미터 전부터 신호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면서 바로 올라갈지 천천히 몸을 풀면서 올라갈지 정하는데, 오늘은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도 되는 신호 타이밍이다. 

 직진 신호 - 좌회전 신호 - 보행신호. 

도착하는 타이밍이 직진신호면 제일 좋다. 바로 건널 수 있으니까. 

좌회전 신호면 조금 더 뛰어서 돌아오면 좋다. 바로 건널 수 있으니까. 

이미 보행 신호로 바뀌었으면 천천히 걸어 올라가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간단히 스트레칭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바로 건널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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