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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Sep 26. 2017

02 타이베이의 강과 밤을 만나다

세계여행 2일차 : 타이완, 타이베이 2일차

2일차

타이완

타이베이


여행의 둘째날, 북동쪽에 조금은 치우쳐져 있는 관두궁을 다녀왔다. 전철이 지하에서 나와 지상에서 한참을 달리다보면 조금은 외각 기분이 나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단수이 강과 가까이 위치한 이 곳은 기분탓인지 산의 수풀도 조금은 더 우거진 것같은 기분이다.


관두 역에 도착하면 관두궁까지는 10분에서 15분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 또한 관두궁의 일부로 생각하고 걸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정감가는 곳이다. 내가 타이페이를 방문했을 때는 춘절(설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거리에 홍등이 여전히 걸려있었다. 거뭇거뭇하게 낮은 건물들과 그와 대조되는 짙은 녹음 사이로 걸려있는 홍등들이 마치 나침반이라도 되듯 관두궁으로 나를 인도해준다.

사찰이 채 보이기도 전, 코 끝에 닿는 향 냄새로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관두궁은 타이페이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원이다. 18세기 바다의 신을 모시기 위해 지어진 사찰은 어김없이 춘절이 끝나고 새해 복을 기원하기 위해 모인 참배객들로 붐볐다.

어제의 용산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이 그 곳이 좀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면 관두궁은 밝은 색채 때문인지 좀 더 가벼운 느낌이다. 또, 용산사는 회색 도심 사이에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탓에 좀 더 기운이 내부로 집중되서 답답한 기운도 있었다. 반면 관두궁은 높은 본당과 함께 넓게 시야가 트이는 지리적 특징으로 청량한 느낌도 든다.

언덕을 끼고 있으면서 본당의 규모는 생각보다 크고 단수이를 끼고 있는 언덕 위의 전망은 예상 외로 고즈넉하면서 아름답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관두궁의 모습은 붉은 지붕의 선들이 이리저리 엉켜서 보이는 것이 마치 여러 마리의 용들이 지붕 위에 내려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을 마무리하는 곳은 관광지 타이베이 하면 생각나는 바로 그곳, 타이베이 101 타워다. 물론 나의 목적지는 엄밀히 따지면 타이베이 101이 아니라 타이베이의 스카이라인과 야경을 볼 수 있는  샹산이다. 지하철 라인의 종착역인 샹산 역에서 내려서 올라오면 근저 거리에 타이베이 101이 우뚝 솟아있는데, 건물을 등지고 한 십분 정도 걸어가면 샹산 트레일 코스의 입구가 등장한다. 사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샹산을 오르는 것이 참... 생각보다 매우 힘들다.

도심 안에 있는 산이 높아봤자 얼마나 높겠어,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트레일 코스로 진입했는데 높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산이라기보다는 절벽인가, 싶을 정도로 계속 오르막 계단이고 심각하게 가팔라지는 구간도 있다. 거리로는 얼마 안 걸리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 쉬었다, 갔다를 반복하며 한 15-2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간 것 같다.

다섯시 반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올라가기 시작해서 전망대에 도착해 좀 쉬고 있으니 곧 완전히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왔다. 땀도 굉장히 많이 나고 허벅지가 터지는 것 같았지만 그런 고생을 모두 잊게 만드는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기 위한 자리 쟁탈전이 조금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같이 올라온 사람들이 내려가고 굉장히 여유로워졌다. 산을 올라가는 도중에는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계속해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올라와서 밝게 빛나는 도시를 내려다보니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고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도시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비로소 타이베이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정자에 앉아 한참을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기 위해 하산했다. 저녁은 타이베이 101에 있는 타이완의 세계적인 맛진, 딘타이펑. 타이베이 101 타워 지하 1층에 있는 넓은 식당이지만 거의 관광지 수준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정말 사람이 많다. 인원별로 대기시간이 조금 다른데 나는 혼자 왔다 보니 자리가 금방 난 것 같다. 30분이 채 안 돼서 식당에 들어갔는데 맛있었지만 한국에서 먹던 맛과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비싼 요리를 먹었다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졌을라나.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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