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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Sep 30. 2017

킹스맨 골든 서클 (2017)

썩은 서클, 남은 건 미스 포피뿐

재미 0.6/ 연출 0.6/ 배우 0.8/ 각본 0.4/ 만족도 0.5
총 점 2.9 / 5.0


발렌타인의 오색 두뇌 폭발(?) 이후 2년의 기다림. 이번에는 또 어떤 똘끼를 선사할지, 온갖 SNS 마케팅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매튜 본과 그 일당들이 드디어 킹스맨 삼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들이 들고 온 것이 희대의 진기명기일지, 그것은 직접 관람한 관객들만이 판단할 일이겠지만, 적어도 내게 매튜 본이 일개 봇짐장수로 전락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나는 잔혹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비위가 강한 편이 아니고, 그래서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좀비라든지, 고어물은 손도 대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내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사랑했던 이유는 그 끔찍함을 포장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매튜 본의 연출 속에서 잔혹함은 판타지와 현실을 오고 가는 시각 연출과 함께 헛웃음을 유발했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선곡으로 이게 사람이 터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리저리 튀기는 음파의 형상화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논리가 하나도 안 맞는 스토리와 모든 물리 법칙을 어기는 듯한 허무맹랑한 스턴트 속에서 탄생한 난생처음의 또라이 스파이 액션이 킹스맨만의 매력이었다.

CG로 떡칠한 화려한 연출, 잔혹함, 말도 안 되는 악당의 논리 등 킹스맨 골든서클은 기본적으로 전작의 흔적을 충실하게 따라가지만 여기저기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보는 내내 집중을 흩트려 놓는다. 미스 포피의 잔혹성을 묘사하기 위한 초반 장면들이 악당에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기는 하지만 관객들이 발렌타인에게 느꼈던 자연스러운 끔찍함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오히려 인위적인 역겨움에 눈을 가리게 되는 역효과를 낸다. "Manners maketh men"라는 명대사를 만들어낸 술집 씬을 어설프게 오마주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 심지어 해리가 다시 돌아오는 방식, 죽어나가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아무리 B급 액션이 컨셉이라지만 그건 단지 컨셉이지, 영화 자체가 B급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3부작까지 나온다는 킹스맨이다. 그래서 2편에 대한 기대가 컸다. 어쨌든 3편까지 나올 테니 2편이 재미없어서는 3편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안 생기지 않겠는가. 단순히 킬링타임용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1편 이후의 기대가 너무 컸다. 이렇게 새로운 스파이 영화는 좌초되고 마는 것인가. 3편을 또 기대해도 좋은 것일까. 아니 애초에 매튜 본이 DC 영화로 복귀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괜찮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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