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무너졌다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처음 영화의 트레일러를 접했을 때부터 이미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직설적이고 저격성 영화가 아닌가싶다. 14년 4월, 수많은 생명을 남해에 묻은 그 이후 많이 달라질 것도 같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가시질 않는다. 영화는 그 이후의 사회를 다루고 있다.
터널은 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는가, 터널 붕괴의 책임은 무엇인가, 사고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부수적인 피해는 얼마로 추산할 수 있는가. 전국민의 관심을 사로잡는 사건사고는 굉장히 다양한 측면에서 주목받고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갑론을박의 주제로 오르내린다. 하지만 정작 그 자리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빠져있다. 나라고 그렇지 않았을까. 나 역시 14년의 봄 그 수많은 생명들을 사람이 아닌 숫자와 확률과 피해수치로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나 스스로를 변명하기 이전 김대경 구조대장(오달수)의 한 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온다. "저 터널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끝까지 간다로 화려하게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김성훈 감독의 시선은 잘 다듬어지지는 않았을 지언정 예리하고 그 대상을 정확히 아는 듯 꽂힌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재앙급 사고에 대한 사회의 대응과 우리들의 반응은 언제까지 그 수준을 답습하고만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가 눈을 꾹 감은 채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 우리 발 밑을 지지하고 있던 지층은 누구도 모르게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운이 나쁘게도' 앞서 피해자가 된 사람들은 저 밑에서 우리를 향해 끝없이 소리친다. "나는 아직 살아있는데...!". 정수(하정우)의 절망적이면서도 필사적인 그 외침이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