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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Oct 03. 2017

13 바라나시(2) : 도시는 시간을 품는다

세계일주 12일차 : 인도 4일차

인도

4일차

바라나시


바라나시에서의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 고요한 신들의 도시를 깨우는 건 참 안 어울리게도 알람 인양 세차게 울려대는 클럽 음악이었다. 골목 어딘가에서 몸을 울리듯 틀어대는 음악 때문에 늦잠을 자고 싶어도 잠을 잘 수 없는 아침이었다. 씻고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는 내내 음악은 멈출 줄을 몰랐고 우리를 몰아내기 위해 음악이라도 틀었는지 우리는 음악이 닿지 않는 골목으로 재빨리 도망쳐야 했다.

보통 바라나시에서 짧으면 3일, 길게는 5일까지도 체류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라자스탄 지역도 많이 둘러봐야 하고 다른 여행자들보다 인도 일정 자체가 짧기도 해서 2일만 체류하고 델리로 떠나기로 계획했다.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를 타기 직전, 콜카타의 서더 스트리트(Sudder Street)에서 한 한국인 여행객을 만난 적이 있는데, 바라나시는 일주일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정말 좋은 도시지만 이곳에서 일주일 이상 체류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뜨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앉아 친구와 바라나시의 가치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해봤지만 그때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물음표를 달고 한가롭게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야말로 바라나시의 숨은 매력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갠지스강의 반대편 강가로 가기 위해 또 보트를 탔다. 그곳은 사막처럼 황폐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니 몇몇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기분 탓인지, 원래의 강가보다 좀 더 깨끗해 보이는 강물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마냥 순수해 보였다. 자꾸 손을 잡으며 마사지를 하라는 호객꾼들과 보트맨의 눈초리 때문에 오래 있지는 못 했지만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바라나시의 모습도 꽤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저녁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다시 바라나시 정션으로 이동했다. 또다시 기차의 시작. 인도의 수도이면서 제1의 도시인 델리로 가는 야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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