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멱 Oct 03. 2017

15 델리(2) : 자마 마스지드 & 아그리센 바오리

세계일주 14일차 : 인도 6일차

인도

6일차

델리


델리에서의 둘째 날, 전날에 급격하게 방전된 체력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왼쪽 관자놀이를 지끈지끈 찌르는 두통은 잠시 뒤로하고 또다시 공포의 올드 델리로 돌아갔다. 복장 때문에 들르지 못한 자마 마스지드를 가기 위해서였다. 이슬람 모스크인 자마 마스지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깨와 무릎이 드러나면 안 된다(반팔 가능, 반바지 불가)

인도는 힌두교로 대표되면서도 북부 인도는 인도의 마지막 이슬람 제국이었던 무굴 제국의 중심 영역권이었던 만큼 이슬람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곳곳에 남아있는 이슬람 모스크들이 그 예다. 그중에서도 자마 마스지드는 동시에 2만 5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로, 크기로는 인도에서 가장 크다. 다른 무굴 시기 건축물들처럼 이곳 역시 건축광인 황제 샤 자한의 지시로 건축됐다.

경내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는데 양말을 신는 것은 괜찮다. 신발을 벗고 우물쭈물거리고 있으면 옆에서 신발을 맡기라고 다가오는 인도인이 있지만 공식 서비스가 아니니 괜히 현혹되지 말자. 많은 사람들이 그냥 신발을 들고 들어가니 가볍게 "No, thank you"을 외치고 들어가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사진기는 개당 300루피(5,100원)를 내야 들고 들어갈 수 있는데 스마트폰도 카메라로 치기 때문에 사실상 입장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그런지 바닥의 느낌이 꽤 쾌적했다(물론 먼지 정도는 인도에서 디폴트 값이다). 넓은 안뜰과 함께 보이는 거대한 본당은 충분히 감탄스러운 건축물이었다. 인도에 와서 딱히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유적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이런 건축물은 우리에게 더할 나름 없는 환영이었다. 본당 앞의 작은 연못에서는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가볍게 세수를 하기도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에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 신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사진을 찍으며 구경했다. 높은 천장과 함께 붉은빛의 벽은 엄숙한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멋진 장소지만 넓지 않기 때문에 구경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30분 정도의 관람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어제의 코넛 플레이스로 돌아갔다. 들른 김에 스타벅스에 다시 가서 시티 머그를 확인했지만 역시는 역시 역시였다.


코넛플레이스에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 메트로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계단식 우물 아그라센 키 바오리(Agrasen-Ki-Baori)로 갔다. 델리는 건조한 지역이어서 땅을 깊게 판 계단식 우물에서 물을 얻었다는데 그중 하나다. 양식은 이슬람 양식으로 얼핏 보면 이화여대의 ECC와 비슷한 형태인데 재밌는 점은 정확히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확실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왕인 아그라센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후 14세기에 재건됐다고 믿고 있다.

델리 중심부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도로도 넓었고 생각보다 많이 한적한 곳에 도착해서 조금 걸었다. 유적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되지 않은 곳에 우물의 입구가 있었다. 처음 딱 보니, 우물이라기에는 너무 큰 우물이었다.

책에 의하면 폭 15미터, 길이는 60미터, 계단은 총 103개가 있다고 하는데 깊이가 상당해서 밑으로 내려갈 수록 그늘이 지면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금은 관리되지 않은 우물이 오래전에 메말랐는지, 밑바닥에는 흙만이 가득 차 있었는데 가장 밑층에서 우물의 천장을 바라보니 또 새삼 높게 느껴졌다.
<이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14 델리 : 인도의 중세와 현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