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22일차, 인도 14일차
생각보다 빨리 끝난 시티팰리스 투어를 뒤로하고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자이푸르의 천문대 잔타르 만타르로 갔다. 이 거대한 천문대 지구로 들어오면 왠 알 수 없는 이상한 조형물들이 잔뜩 눈에 들어온다. 중세 시대의 천문대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 무엇으로 하늘을 관측한다는 건지 도통 알 수도 없었고 설명을 봐도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었다. 뭔가 위도와 경도를 측정한다고는 하는데, 뭘 기준으로 잡고 측정한다는 건지, 또 중앙에 거대하게 우뚝 서있는 건축물은 뭐고, 그 옆에 있는 작은 석조들은 뭔지, 마치 알 수 없는 노란색 미로에 빠져버린 것만 같았다. 더 폴의 제작진도 처음에 그런 인상을 받고 이곳을 미로로 설정해서 영화를 촬영한 건가 싶기도 했다.
알쏭달쏭한 기분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설명을 보고, 이 도구가 어떻게 하늘을 관측하고, 무엇을 관측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자 점점 이해되기 시작하더니 어떤 방식으로 위도와 경도, 그리고 시간을 알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중앙의 거대한 건축물은 거대한 해시계였고(우리는 거대한 앙부일구라고 표현했다) 그 옆의 작은 석상들은 각각이 조디악 별자리를 관찰하는 도구였다. 그 외에도 해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도구와 20초의 오차범위 내로 정확하게 자이푸르의 시간을 맞춘다는 해시계까지 놀라운 도구들 투성이였다. 처음에는 그저 기이한 조형물 뿐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온통 대단한 도구 천지였던 것. 역시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 개인적으로 인도 여행 중에서 가장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와마할은 복작복작한 핑크시티의 중심 도로변에서 고고하게 서있다. 마치 다른 세상에서 복잡다단한 현세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이푸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바람의 궁전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그랬다. 실제로 하와마할은 마하라자의 후궁들이 방에서 궁전 밖을 구경하되 밖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정확한 그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창이 크게 나있는 게 아니면서 밝은 외부에서는 어두운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뭐 그런 게 아니었을까. 바깥 세상을 보면서 지루한 궁정 생활에서의 소소한 재미를 찾았을 후궁들의 삶을 상상하니 귀여우면서도 안쓰럽고 쓸쓸하다.
하와마할은 정확히는 건물을 가리는 형태의 스크린인데 그래서 '마할(궁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설명도 있다. 애초에 거주용으로 지은 건축물이 아니며 스크린용의 기이한 형태의 방들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하와마할은 외부에서 보는 모습이 그 전부다. 5층으로 이루어져있는 내부를 조금 구경하기는 했지만 화려한 외관에 비해 내부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하와마할의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작은 내부 정원에서 보는 하와마할 스크린의 뒷면도 색감이 나쁘지는 않으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지 말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