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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Oct 10. 2017

25 자이푸르(3) : 하늘의 성, 암베르 포트

세계일주 23일차, 인도 15일차


핑크시티에서 북쪽 산맥을 향해 약 11km 정도 가면 하늘 높은 산 위에서 왕의 자태를 하고 산 밑을 내려다보는 천년의 고성을 볼 수 있다. 암베르 포트는 11세기 초 미나 왕에 의해 만들어진 후 자이푸르의 왕들이 보수하고 개조하면서 자이푸르의 중심 궁전이자 요새 역할을 해왔다. 18세기에 와서 현재의 핑크시티를 계획하고 천도하면서 국가의 중심이 암베르를 떠나고 현재는 산자락 도시의 외각 지역으로 전락해버렸다.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암베르 포트는 위풍당당하면서도 예술적인 그 모습을 잃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암베르 포트 반대편으로는 산능성이로 누워있는 성벽이 있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굉장히 가파르니 힘들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다.
장벽에 올라서 내려다보는 어느 외각 지역. 올라가는 동안 정말 힘들었는데 이 풍경 하나에 모든 피로가 씻기는 것 같았다.
하늘의 성, 암베르 포트는 실제로 보는 것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압도적이다. 관리가 조금 부실한 게 흠이다

암베르 포트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산길을 달리면 멀리 산등성이를 따라 성벽이 만들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지금도 도로가 한 성문을 통과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어 정말 옛 수도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난다. 약간은 메말라 있는 호수 앞으로 궁전은 고지대 위에서 그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궁전으로 오르는 길 또한 메흐랑가르 성처럼 꼬부랑꼬부랑 올라가게 되어있는데 이 또한 전투 코끼리를 막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도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는 서비스가 있다는데 삐끼만 있었을 뿐 실제로 움직이는 코끼리는 적어도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삐끼는 마치 성까지 올라가는 길이 매우 험난한 듯한 뉘앙스로 코끼리를 추천하는데 사실 막상 올라가 보면 큰 힘들이지 않고 금방 궁전에 도착할 수 있다.

인도 전통복장의 색감은 참 화려하고 아름답다.

나는 궁전에 올라가기 전에 맞은편에 위치한 성벽을 올랐는데 가파른 계단을 한 30분 오르니 산 너머로 보이는 넓은 평야와 암베르 포트의 모습이 과연 장관이었다. 허벅지와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성벽 위에서 맞는 바람의 상쾌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르고 내려가면서 후들거리는 다리였지만 다시 체력을 정비하고 슬슬 궁전으로 올라갔다.

암베르 포트도 자이푸르 시티팰리스처럼 짙은 베이지색이 인상적인데 넓은 광장을 선두로 위로 올라가면서 궁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살짝 아쉬웠던 점은 궁전의 초입은 색이라든지 작은 정원과 응접실의 디테일이 잘 복원된 데 비해 안쪽 구역은 아직 복원작업이 덜 진행된 것 같아(또는 방치된 것 같아) 굉장히 아쉬웠다. 꽤나 가까운 과거까지 실제로 사용되면서 유지 보수되었던 라자스탄의 성들과 달리 200년이 넘게 방치되었던 성이기 때문에 그 상태에 대해서 조금은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지만 너무 오랜 기간 방치된 성인만큼 성의 규모와 중요도에 비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 너무 아쉽다. 제대로 관리 좀 하자

좀 늦게 출발한 것도 있었지만 성벽을 올라갔다오고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다 둘러보고 내려오니 어느새 해가 질 시간이었고 이미 체력도 상당히 고갈된 상태였다. 자이푸르에서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서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잠에 들었다. 이제 인도에서도 마지막 도시만 남았다.
<이어서>

똑같은 전통복장으로 암베르 포트를 관람하고 있는 인도 친구 세 명. 마치 영화 <세 얼간이>가 생각나는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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