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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Oct 13. 2017

27 아그라(2) : 무굴의 요새, 아그라포트

세계일주 25일차, 인도 17일차


아그라에서의 마지막 날, 그리고 인도 여행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었다. 인도의 가장 하이라이트만을 남겨둔 우리는 그간 안 좋은 기억들도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훌훌-털어버리자는 마음가짐으로 이곳에서의 마지막을 준비를 했다. 약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기도 했는데, 순백의 궁전을 볼 생각에 그렇기도 했고, 하루만 지나면 인도를 떠난다는 신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아쉬움에 그렇기도 했다. 오늘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아그라포트다.

사실 아그라포트를 가지 말까, 도 생각했었다. 아그라에서 대표적인 관광지 중에서 하나이기도 했지만 사실 델리 레드포트에서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그라포트도 똑같으면 어쩌지, 싶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전날 아그라포트 역에서 숙소까지 릭샤를 타고 가는 도중에 봤던 성의 정문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무래도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군사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요새였다는 아그라포트는 무굴 제국 황제들의 오랜 수도로 위대한 황제 아크바르 대제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또한 수도를 아그라에서 델리의 샤자하나바드(올드 델리 지역)로 옮기려 했던 황제 샤자한이 아들인 아우랑제브에 의해 죽을 때까지 유폐되었던 비운의 장소이기도 하다. 샤자한 왕이 유폐되었던 궁전에서는 강 건너편 멀리 하얀 타지마할이 마치 신기루처럼 보이는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스스로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샤자한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 슬픈 기분이 들었다.

5대 황제 샤자한의 주거공간이었던 카스 마할. 샤자한 왕은 델리로 천도하기 전 아그라 포트를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으로 재건축했다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유폐된 샤자한은 무삼만 부르즈에 유폐되어 여생을 보내는데, 이곳에서 평생을 타지마할을 바라보면서 죽은 아내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아그라포트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비록 생각보다 구역이 좁기도 했고 안쪽의 사원과 저택 부분이 왠지 들어갈 수 없게 통제되어 있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아그라포트에서는 정말 무굴 제국의 궁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레드포트에 비해서 정돈된 듯한 보존 상태도 그간 다소 방치되어 있던 많은 인도의 문화유산들을 보며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 같았다. 아그라포트의 강인하면서 붉은 성벽은 인도를 떠나는 우리에게 꽤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서>

성의 중앙에 있는 접견실 디와니암, 이 또한 샤자한 왕이 지은 건물로 이전에는 천막 형태의 접견 공간만 있었다고 한다
모스크 공간은 폐쇄되어 있었는데 성벽 너머로 나기나 마스지드의 하얀 지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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