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30일차, UAE에서 휴식 중
사막의 오아시스에서의 휴식도 이제 끝을 바라보고 있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갈 수는 없었고, 친구와 함께 아부다비의 사막 투어를 가기로 했다. 친구가 학교를 통해 싸게 투어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참 친구의 소중함이란. 뭔가 잘 쉬던 중에 딴 걸 하려니 귀찮은 마음이 매우 많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인생의 첫 사막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느껴졌다. 누구나 사막에 대한 로망을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가.
오후 3시쯤, 우리를 픽업하러 온 차를 타고 40분가량을 달려 도시를 빠져나가니 정말 도로의 옆으로 책과 티브이로 만 봤던 모래 사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금 규모가 작은 사구였지만 정말 설레기 시작했다. 아, 내가 정말 사막에 와 있구나. 사실 이미 5일 전부터 쭉 사막에 있었던 거였지만 계속 도심에만 있었고,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정말 사막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 곳이었다. 달리는 차 옆으로 곱디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려 노란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투어를 하기에 앞서 다른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는 지점에 잠시 정차하고 사진도 찍고 조금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처음으로 사막의 모래를 밟아봤는데, 정말 부드러웠다. 모래가 어쩜 그렇게도 고운지,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고 손가락 틈 사이로 모두 다 빠져나가버렸다. 걸을 때도 발이 푹푹 빠지고 모래가 쓸려나가는 바람에 다리에 힘도 더 많이 들어갔다. 그 작은 모래 언덕을 올라가는데도 힘이 배는 드는 기분이었다. 사구에 오르니 거센 바람에 모래들이 흩날리는 게 보였다. 사구는 고정되지 않고 움직인다더니 이런 식으로 모래가 날리면 정말 삽시간에 몇 미터는 이동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눈이며 코며, 귀며, 입이며 모든 구멍에 모래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막은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았다.
잠깐의 휴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투어의 시작이었다. 자동차 행렬이 마치 거대한 카라반을 연상시키듯 일자로 줄지어 출발했고 그때부터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사구를 넘나들며 우리들을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앞에 가던 어떤 차량은 탑승자가 속이 불편했는지 사구를 넘지 않고 그냥 완만한 곳을 달리며 행렬의 사이로 왔다 갔다 했다. 이 경험은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정말 너무나도 재밌다. 사막은 생각보다 더 다이내믹하구나.
중간에 낙타 농장에 들러 낙타들과 사진을 찍고 한 20분 정도 가니 캠프가 보였다. 캠프 앞에는 높은 사구도 있어 샌드 보드도 탈 수 있고, 낙타도 탈 수 있게 해놨는데, 우리는 그냥 높은 사구에 올라가 멀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비로소 사막의 낭만이 내게 다가오는 듯했다. 비록 모래바람과 급격하게 떨어진 온도 때문에 사막의 낭만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그때 그 모습은 오랫동안 잊기 어려울 것 같다.
캠프에서 중동식 뷔페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일종의 디너파티가 진행됐다. 남녀의 무용수가 각각 나와서 화려한 춤을 추면서 어둠이 내려앉은 사막 위의 캠프에 활기를 더했다. 그 이후의 백미는 디너파티가 끝난 후 깜짝 소등이 되며 바라보게 된 사막의 밤 하늘.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을 보며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달빛이 이렇게나 밝았다니.
다시 불이 들어오고 잠시 개인 시간을 가진 뒤 곧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온몸은 모래투성이였고, 몸은 피로했지만 마음만은 낭만으로 충만해진 하루였다.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니 비로소 느껴졌다 : 아, 사막은 낭만의 땅이구나.
<1부 끝>
<2부에서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