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멱 Sep 01. 2017

01 도교와 국부의 전당

세계여행 1일차: 타이완, 타이베이 1일차

1일차

타이완

타이베이


차가운 새벽 공기가 왠지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았다. 꽤나 졸릴 법도 한 시간이었지만 긴장 탓인지, 설렘 덕인지 졸리지 않았다. 그렇게 인천을 떠나 타이페이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어느새 거의 점심시간이었다. 시내까지 나가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리니 시내의 숙소 근처 어느 도로에 내릴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20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가방의 무게가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갑자기 습하고 더워진 날씨에 적응이 되지 않아 갑자기 패닉이 올 것 같았다. 2월의 서울은 한 겨울이었으니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껴입었던 옷을 벗어 가방에 다시 넣어야 했다.

타이페이에서의 3박 4일을 책임져 줄 숙소는 Hey Bear Capsule Hotel이었다. 도미토리 형식의 호스텔이었지만 침대가 캡슐 형태라서 사생활이 어느정도는 보장되었다.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첫 도미토리의 두려움을 조금은 달래주는 보호막이었다. 숙소에 와서 조금 긴장이 풀렸을까, 갑자기 나른해져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졌지만 귀찮은 마음은 굳게 누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게다가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체크인을 하러 다시 돌아와야 하기도 했다. 매우 번화가는 아니었지만 바로 앞에 지하철 역이 있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지하철 역에 들어가서 충전식 교통카드를 샀는데 중국을 생각하고 인포 데스크에 가서 중국어로 물어봤다가 영어가 돌아와서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도교 사원인 용산사. 본토의 사찰에 비하자면 경내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좁았지만 건물의 화려함은 규모의 열세를 능가하는 위력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타이완 사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용산사는 불교 뿐만 아니라 다양한 토속신앙 그리고 도교 신앙을 위한 사찰이라고 하는데 춘절이 막 끝난 시기라 그런지 8할은 참배객이었던 것 같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인파에 밀려 나갈 수가 없을 정도.

타이페이에 온다면 누구나 올 정도로 용산사는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막상 사찰은 관광지보다는 종교의 영역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사람들은 모두 두 손 꼭 모아 아른하게 타내려가는 향을 쥐고는 이리저리 흔들며 각자의 소원을 빌고 있었다. 한 켠에는 조용히, 또는 시끄럽게 불경을 외기도 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런 기도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자칫 보면 수많은 인파에 무질서로 점철된 세계인 듯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들의 질서와 그들의 열망이 느껴졌다. 그래서 단순한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의 열망이 느껴지는 사찰의 용산사로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첫 여행의 첫 포인트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기운을 받다니, 앞으로의 여행이 즐거울 것만 같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다른 길로 돌아가 보고 싶어서 조금 걸어서 앞의 도로까지 나갔다. 그러면서 아까는 보지 못했던 타이페이의 거리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상상했던 도시의 모습과 굉장히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 중국 본토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그래도 중국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막상 와보니 완벽하게 틀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일본의 어느 도시에 와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건물들의 모양새나 거리의 깔끔함이 일본 같았고 오히려 중국스러운 구석은 단지 한자가 써져있고 중국어가 들리는 정도뿐이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도 새롭게 배우는 게 있으니, 역시 직접 보고 느끼는 것보다 좋은 공부는 없는 것 같다.


방에 짐을 다시 넣어두고 지하철을 타고 나와 도착한 곳은 중정 기념관.  타이완의 국부인 장개석, 그리고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중정기념관. 사실 타이완, 타이페이하면 뭔가 타이페이101이 가장 먼저 떠올랐었는데 이제부터는 확실히 중정기념관이 떠오를 것 같다. 그만큼 압도적이다. 굉장히 큰 건물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니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자유광장에서 중정기념관을 바라보면 '뭔 피라미드 하나를 만들어놨네..'싶은 생각이 떠오른다. 참, 많은 면에서 다른 타이완과 중국이지만 기념의 규모 면에서는 비슷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계단을 올라가서 내부의 기념당에서 보는 장개석 동상과 높은 천장의 중앙에 그려져있는 대만의 태양 상징을 보는 느낌도 색다르다.

부지런히 다니지 않은 탓에 중정기념관을 끝으로 일정을 끝내야 했지만 뭔가 기대하지 않았던 타이페이에서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아서 너무나도 충만한 첫날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게 될지, 점점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커져간다.

<이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