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멱 Oct 24. 2017

33 페트라 : 과거로부터의 아련한 손짓

세계일주 32일차, 요르단 여행 2일차

요르단

2일차

페트라


페트라는 기원전 7세기부터 2세기경 나바테아 인이 건설한 고대 도시다. 지중해-홍해-사막을 잇는 교역로의 중간 거점 지역으로 굉장히 융성했던 페트라는 거대한 사암 바위 지대의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는 그 규모도 어마어마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도 계속 발굴이 진행 중이며 아직 25퍼센트만이 발굴됐다고 한다. 기원 후 로마가 해당 지역을 접수하면서 교역로를 변경했고 그 영향으로 도시의 위세도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7세기경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흙 속에 파묻힌다. 땅 속으로 사라진 도시는 19세기에 세상에 드러난다.

본격적인 유적이 시작되기 전부터 페트라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원이었을까? 무덤이었을까?

페트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크라는 계곡 지대를 건너가야 하는데, 이 길이만 1.5km나 된다. 페트라 입구에서부터 5~10분가량을 걸으면 거대한 사암 지대가 마치 성벽처럼 서있는데 정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차원 문과 같은 기분을 준다. 시크 트레일을 걸으면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페트라 문명의 흔적들과 거대한 사암 절벽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부분적으로 아직까지도 2000년 전 당시 도로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깊숙한 곳까지 문명을 건설했을 당시 사람들의 개척정신이 경이로울 뿐이다.

페트라로 들어가는 시크 트레일의 입구. 원래는 아치 형태의 구조물이 있었다고 하는데 7세기 경의 지진으로 모두 무너졌다고 한다.
옛 페트라의 도로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렇게나 깊숙이 고대 메트로폴리스가 있어?라고 생각할 즈음, 저 건너 바위 계곡 너머 빼꼼-무언가가 우리에게 아련한 인사를 건넨다. 시크 트레일의 끝자락, 붉게 물결치는 사암 계곡 사이로 환하게 인사하는 알 카즈네를 마주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환상적인 일이다. 보물창고를 뜻하는 알 카즈네는 그 이름 탓에 여행객들에게는 the Treasury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페트라, 더 넓게 보아 요르단 여행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존재인 만큼 보물이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다.

알 카즈네는 현존하는 페트라 건축물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나다. 헬레니즘 양식으로 조각된 건축물인데 다른 건축물들에 비해 특징적으로 세부 디테일이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지형적으로 모든 면이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풍화가 조금 덜하지 않았을까. 보물창고라는 이름과 달리 알카즈네의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고 하는데 조사 결과, 나바테아 왕 아테라스 3세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 카즈네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반해 넋 놓고 하루 종일이라도 수다를 떨며 있어도 좋겠지만 이따가 나이트 페트라 때도 다시 올 것이니, 이만 발을 옮기기로 하자.

알 카즈네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넓은 구역이 등장하는데 나바테아 왕실의 무덤 군과 높은 제단으로 오르는 길, 그리고 고대 유적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원형극장이 나온다. 이 유적군은 상당히 다양한 시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왕실 무덤 군은 고대 아시리아 양식과 유사하다고 추정하고 있고, 원형극장은 로마 양식이다. 무덤들에 따라 다양한 건축양식이 드러나는 것을 통해 페트라가 어떠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직 발굴 작업이 덜 끝난 것인지, 건물의 일부는 여전히 땅 속에 묻혀있는 것 같았다.

Street of Facades(50BC-50AD) -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아시리아 양식과 유사하다.
왕실 무덤군(1st C)
원형극장(25-125AD)

우리는 과거 물이 흘렀을 물길의 흔적을 따라 계속 계속 걸어 내려갔다. 길의 끝자락에는 고대도시 페트라의 도시 중심지였던 곳이 등장한다. 계곡과 계곡 사이에 있는 넓은 분지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지역은 정말 그늘 하나 없는 사막과의 사투가 시작되는 곳이다. 이쪽부터는 로마시대 유적군이 등장하는데 the Great Temple와 Qasr al-Bint Temple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거의 대부분이 폐허 상태이긴 하지만 안내판에 있는 도로와 사원들의 사진을 보면서 잠시나마 그때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어서>

Colonnaded Street(100-200) 로마의 도로를 따라 과거에는 활발한 시장이 열렸다고 한다
the Great Temple - 페트라에서 단일 건물로 가장 거대했던 신전
the Temenos Gate : 도시의 정문 격, 지진으로 파괴됐고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복원된 것이다.
Qasr al-Bomt Temple(25BC-25AD) : 페트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파라오의 딸의 신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신전으로 수로를 연결하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기술자에게 공주를 시집보내겠다고 했다는 지역 전설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실제로 신전 주변에는 수로를 만들려고 했던 흔적이 다수 발굴됐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32 카라크 : 십자군의 기억을 품은 외로운 성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