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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Apr 12. 2018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2017)

파괴와 재구성, 그리고 재탄생


새로운 스타워즈의 완벽한 시작, 이 말을 반복하는 수밖에. 이전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올드팬들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스트 제다이>는 완벽한 새출발이었다. <깨어난 포스>은 그 자체로도 멋진 영화였지만 과거의 영광 위에 쌓아올린 금자탑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스토리텔링 자체가 <새로운 희망>의 오마주로 점철됐고, 혹자는 오마주가 지나쳐 패러디라고 보기까지 할 정도였다. <라스트 제다이>는 그 모든 것들을 파괴하여 그 위에 새로운 서사를 쌓는다.


스토리텔링 자체가 이미 기존의 스타워즈 팬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흔히 스타워즈 이야기는 ‘스카이워커 사가’라고 불리는데, 프리퀄부터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스카이워커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긴 세월이 지난 후 공개된 <깨어난 포스>도 스카이워커 사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가문에는 어둠의 힘이 깃들어있었고 그것은 레아 공주와 한 솔로의 아들인 카일로 렌(벤 솔로)에게 계승된다. 그의 대척점에 있는 주인공 레이의 신분이 초유의 관심사가 됐던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루크의 광선검마저 레이를 선택하여 반응하지 않았는가? 레이의 부모는 도대체 누구이길래 레이에게 비범한 포스를 물려줄 수 있었는가? 7편이 개봉된 이후 의문들이 꼬리를 물며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모든 질문들은 자체로 이미 잘못된 것들이었다.


포스(force)는 일종의 동양적 ‘기’와 같은 존재다. 만물 사이에 흐르는 힘의 관계이며 동시에 균형이다. 포스는 흐름이기에 빛과 어둠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기보다는 오히려 둘을 연결해주는 에너지라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포스는 중립적이고 보편적이다. 제다이는 누구에게나 있는 포스를 이용하는 어느 한 존재일 뿐 포스를 점유하는 자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제다이에 열광하며 스카이워커 가문(카일로 렌)에 대항하기 위해서 레이는 분명 그에 필적하는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모든 추측들은 포스의 진정한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야기에 불과하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나킨 스카이워커 또한 보잘 것 없는 행성의 보잘 것 없는 꼬마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놀랍게도 모든 것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말은 마치 2년동안 헛된 추측만 해대던 우리들에게 주는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엔딩에서 별을 바라보는 무명의 꼬마의 뒷모습에서 제다이의 모습을 비춰주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다.


포스의 보편적 속성을 깨우쳐 줌과 동시에 영화는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답습하지 말고 진보할 것을 제안한다. 레이는 분명 루크를 계승했고 제다이가 되어 카일로 렌을 꺾을테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제다이의 귀환’이 아닌 제다이의 종말을 뜻한다. 우리 이전의 시대가 옛 것을 계승하여 더 나은(better)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살았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오히려 옛것을 파괴하여 그 위에 새로운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 영화는 두시간 반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파괴와 재구성의 이야기를 펼친다. 선과 악의 구도로 자리잡혀 있던 대립구도는 어느새 파괴되어 그 구분조차 불가능하게 된다. 이야기는 반전과 반전이 중첩되면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그 모든 지점들은 최후의 완전한 파괴를 향해 나아간다. 역설적이게도 영화는 파괴 속에서 탄생의 희망을 보여준다. ‘귀환’이 아닌 ‘종말’의 이름을 선택한 <라스트 제다이>의 제목은 그렇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스타워즈를 좋아하기에는 다소 어린 편이었다. 시리즈의 인기가 특히 덜했던 한국에서는 더더욱 어린 쪽에 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스타워즈를 좋아했던 시간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꽤 긴데, 어린 날 우연히 비디오 대여점에서 집은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이 그 시작이었다. 오리지널 3부작은 물론, 프리퀄 3부작까지 몇 번이고 돌려봤다. 누군가 말하길, 우리들은 해리포터 세대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스타워즈는 여전히 스타워즈였다. 새로운 트릴로지가 시작한지 벌써 2년, 3부작의 9부능선을 넘은 셈인데, 새로운 시리즈는 결말로 나아가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스타워즈가 막 탄생한 순간이었다.<>


재미 0.8 / 연출 0.9 / 배우 0.6 / 각본 1.0 / 만족도 0.9
총 점  4.2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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