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의 현재진행형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려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최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영화 관람 후 다시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언맨>(2008) 이후 10년만에 시리즈의 대단원이 막을 내리려 한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대의 떡밥이었던 우주 최강의 빌런 타노스가 <어벤져스1>의 쿠키영상에서 등장한지는 정확히 6년만이다. 영웅들을 한 데 모은다는 초유의 시도와 함께 10년동안 마블 스튜디오는 수많은 비판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하지만 히어로 무비 역사상 최고의 도전은 결국 엄청난 성공을 이뤄내면서, 마블은 말그대로 영화 역사를 새로 작성했다.
‘DCEU’(디씨 확장 세계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다크 유니버스’까지 일종의 통합 유니버스의 가능성을 보여준 마블은 꾸준한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기타 카피캣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관을 그려냈다. 그 대단원 마지막의 1부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그야말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집중받았다. 끝끝내 의자에서 일어난 타노스는 과연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을까.
이런 영화가 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멋진 영화다. 2차, 3차 관람까지 거뜬할 것 같다. 역대 최다 히어로들의 등장이었지만, 적절한 분량 배분을 통해서 멋지게 영화 속에 녹여냈다. 러닝타임 두시간 사십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지루한 장면 하나 없이 다이어트한 듯한 편집은 감탄할만하다. 그 긴 시간 중에서도 액션씬은 체감상 매우 길게 느껴지는데, 액션이 적어도 두시간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될정도였으니, 다이어트를 했지만 굉장히 벌크업된 상태의 헐크 편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구간 아이맥스 촬영을 감행하면서 영화 촬영 역사를 또 한 번 다시 썼다. 왕십리 아이맥스에서 보면서 3D로 동시에 봤는데, 21,000원의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한 번 더 보고 싶을만큼 감동이었다.
단점이 없지는 않다. 케빈 파이기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진주인공으로 밝혀진 타노스는 <인피니티 워>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다. 언젠가부터 마블은 일명 ‘매력적인 악당’에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의 지모, <블랙팬서>의 에릭 킬몽거가 그 성공적인 사례다. 이들은 주인공 히어로와 맞서 싸우면서 비록 그 행동이 정의롭지 못함에도 그 기저의 명분에 관객들이 공감하게하면서 단순한 권선징악 구도가 심했던 히어로 장르를 다각도로 즐길 수 있게 하고 깊이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전례들을 의식한 것인지, 타노스는 원작과 상당히 다른 유형의 캐릭터로 그려진다. 우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전 우주 생명체의 반수를 학살해야만 하는 대의를 실행하는 예언가이자 구원자로써 스스로를 이야기한다. 여기까지의 명분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대의명분을 갖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인격체로써의 타노스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선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보는 내내 신경에 거슬렸다. 고뇌에 찬 인물로 묘사되는 장면들과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좌절 앞에서 분노하기 보다는 슬퍼하는 등의 연출들이 지난 10년동안 그려진 타노스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다.
오히려 광기와 가까운 신념에 대한 집착을 그리면서 광기에 눈이 먼 존재로써의 냉혈한 매드 타이탄을 제대로 그려냈다면 더 어울리는 타노스가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 엔딩의 모습에서도 보이듯, 영화는 거의 <타노스 : 어벤져스의 몰락>이 사실은 진짜 영화 이름이라도 되는듯 타노스에 과하게 몰입하는데, 이것이 과연 <어벤져스4>를 위한 포석일지, 아니면 마블의 과한 욕심이었을지는 1년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액션의 연출적인 측면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인피니티 워>는 <어벤져스>와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연출했던 조스 웨던이 아닌 <윈터 솔져>와 <시빌워>를 연출했던 안토니 루소, 조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이전 작품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톤이 다운되고 진지해짐과 동시에 루소 형제 특유의 대인 격투씬이 증가했다. 초중반까지 이어지는 블랙오더와 어벤져스의 각개전투 장면들이 대표적인데 타이탄에서 타노스와 싸우는 연출도 원거리 액션보다는 확실히 일대다의 격투 느낌이 강하다. 와칸다에서의 대규모 전투도 화려한 연계 액션보다는 좀 더 전쟁처럼 묘사됐다는 점에서 전작과 확연히 다르다. 이것은 순전히 호불호의 영역이지만, <윈터솔져>와 <시빌워>에서 루소 형제의 액션 연출에 불만이 많았던 관람객이라면 확실히 조스 웨던식 어벤져스 액션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10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마블은 그 긴 시간동안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그 위대한 첫 번째 장이 끝나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마블의 헤게모니가 지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굳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내년 이맘때쯤, 마블이 얼마나 감동적인 피날레를 선사할지 더욱 기대된다.<>
덧) 쿠키 영상은 하나다.
재미 1.0 / 연출 0.8 / 배우 0.7 / 각본 0.8 / 만족도 1.0
총 점 4.3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