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히어로의 정석
재미 1.0 / 연출 0.7 / 배우 0.8 / 각본 0.6 / 만족도 0.8
정신 나간 놈이 다시 돌아왔다. 20세기폭스의 핍박 아래에서 어렵게 개봉한 <데드풀>의 금의환향이다. 욕과 헛소리로 점철됐던 영화는 많은 우려 속에서 초메가히트를 치면서 실험작이었던 <데드풀>을 시리즈 제작에 안착시켰다. 새로운 영웅(?)의 화려한 탄생을 알린지 2년,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데드풀의 두 번째 영화는 어땠을까.
화려한 컴백. 말 그대로 대박을 친 만큼, 그만한 지분이 돌아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단적으로 캐릭터의 숫자가 늘었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찍어야했기 때문에 그만큼 등장시킬 수 있는 캐릭터도 제한적이었던 1편에 비해, 미미하나마 도미노, 케이블, 저거넛, 파이어피스트 등이 새로 투입됐다. 액션 시퀀스도 물론 화려해졌다. 큰 효과 없이 데드풀의 맨몸액션으로 대부분의 액션을 채웠던 것과 비교했을 때, 아이스박스와 수송차량 전투씬은 진일보를 넘어서 진십보했다.
내용은 더없이 깔끔하다. 이미 전작인 <존윅>에서 보여줬듯이, 데이비드 리치 감독은 영화의 필요한 부분은 강조하고 그 외적인 것들은 과감히 잘라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는 역시 특별할 것 없다. 하지만 스토리의 빈 공간을 <존윅>에서는 묵직한 현실 액션으로 채웠다면, 이번 영화에서 데이비드 리치 감독은 상황을 가리지 않는 유머와 각종 패러디로 채워놨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대놓고 <007 시리즈>를 패러디 하질 않나, DC 영화에 대한 디스도 서슴치 않는다. 제 4의 벽을 넘나드는 데드풀의 유머는 전작의 두배를 넘어, 제곱으로 강력해졌고 1편의 ‘데드풀 아기손’을 뛰어넘는 신선한 충격이 관객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마지막 쿠키영상은 또 어떠한가. 마치 이 영화의 순수한 목적이 그러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었다고 생각이 될 정도인데, 이 역시 <데드풀>이니 가능한 발랄한 조크다.
그간 ‘엑스맨’의 마스코트는 휴 잭맨이 연기했던 울버린이었다. 영화 <로건>에서 영화 역사상 최고의 퇴장을 보여준 울버린의 빈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데드풀2>는 그 작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작 3년차 캐릭터를 어디 17년의 울버린에 비빌 수 있겠냐마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영화 개봉 이전부터 보여주고 있는 열정과 노력만큼은 그런 기대를 품게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앞으로 더 긴 시간을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시리즈의 차기작, 엑스맨과의 협업, 가능하다면 MCU로의 합류까지, 여러모로 기다림을 유쾌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