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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May 14. 2018

01. 사원,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공간들 (上)

[A]BBEY

01. Abbey 사원 -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공간들


스스로를 보호할 강인한 피부와 무기가 없었던 신생 인류가 느꼈을 공포는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비상한 두뇌로 나약한 신체를 보완할 수 있었다.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갔던 생존 환경 속에서 인간은 그들만의 생존 규칙을 만들어갔다. 그럼에도 극복하지 못한 두려움이 여전히 존재했는데,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재해, 또는 막을 수 없는 죽음의 손길이었다. 여기에서도 그들의 비상한 상상력은 빛을 발하니, 종교의 탄생이었다.

그 시기와 형태는 달리하지만, 종교의 탄생은 전 인류적 현상이었다. 두려움을 매개로 하는 종교의 성장은 인간 사회의 고도화와 궤를 함께 했다.숭배의 장소인 사원은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각 문화권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로 작용했다. 시공간의 스펙트럼 속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사원을 찾고 방문하는 것은 분명 그 문화권을 이해하는 가장 첫걸음일 것이다.


1. 한국, 경주 불국사

(위) 청운교, 백운교, 자하문 (아래) 석가탑 / 사찰 전경 / 다보탑

경주의 불국사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대한민국 제일의 사찰 중 하나다. 청운교와 백운교를 통해서 부처의 나라(불국佛国)를 꿈꿨던 신라인들의 꿈이 서려있는 정토의 사찰. 청운교와 백운교가 그리는 아치형태의 무지개 다리는 높은 층차로 마치 사찰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효과를 주는데, 둥글둥글 제각기의 모양의 바위로 쌓은 기단이 마치 구름을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청운교와 백운교를 넘어 자하문을 통해 부처의 나라로 들어서자. 좌우의 다보탑과 석가탑은 사로 단순함과 화려함으로 이질적인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다양한 가치들이 조화롭게 뒤엉키는 이상향을 그리는 듯 하다. 다만 군부시절 막무가내식 복원으로 신라식 사찰양식과 조선시대 건축양식이 뒤섞인 점이 단 하나의 아쉬운 점이다.


2. 일본, 교토 기요미즈데라

일본 교토에서 단 한 곳만 가야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기요미즈데라를 추천하리. 기요미즈데라 자체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사찰이 있는 오토와산까지 가는 길이 무엇보다 즐겁기 때문이다. 산의 초입에서 걸어올라갈손치면,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의 언덕이 등장한다. 언덕을 오르는 것이 다소 힘에 부칠까 싶으면 양 옆의 전통가옥에서 파는 다양한 간식들과 장신구들을 보는 재미로 피로를 잊을 수 있다. 다만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전설이 있으니 너무 정신을 팔지는 말자.

역시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기요미즈데라의 본당이 만들어내는 절경이다. 오토와산의 절벽 끝에 위태롭게 앉아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걸터앉아있는 거대한 승려의 형상이다. 본당에서 내려다보는 교토의 모습도 아릅다지만 역시 최고는 맞은편 언덕에서 보는 본당의 모습이다. 때마침 노을이라면 그것이 최고의 순간이다. 서쪽 산맥 위로 붉게 물드는 서쪽 하늘과 함께 보는 본당의 모습은 잊기 어려운 절경이다. 다만 50년에 한 번 꼴로 있는 보수공사 때문에 2020년까지 보수 중이라 본당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참고하길.


3. 중국, 취푸 공묘

(위) 대성전 (아래) 규문각 / 행단 / 노벽

부모님이 산동성에서 사시는 덕분에 공자 사당이 있는 취푸에 갈 수 있었다. 산동성 해안 도시에서 차 타고 서쪽으로 네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곳이 취푸, 한국어로는 곡부, 공자의 고향이자 유학의 성지다. 공묘는 공부, 공림과 함께 삼공으로 불리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함께 등재돼 있다.

공자는 학자이자 성인으로 추앙받지만 중국에서는 황제급 대우를 받기 때문에 공묘 역시 황궁 건축 기법으로 지어진 것이 특징적이다. 중국에서 자금성 태화전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목조 건축물이라는 대성전을 비롯해서, 중국 10대 명루 중 하나인 규문각, 황제들의 공적을 알리는 13비정,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알려지는 행단 등 남북으로 1킬로 길이의 넓은 공묘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진시황의 분서를 피해 유학 서적을 숨겼다는 노벽도 놓치지 말자.


4. 요르단, 페트라 알데이르

(위) 알 데이르 (아래) 알 데이르로 올라가는 길 / 멀리서 보는 사원의 모습 / 아라바 계곡

바위 사막의 잃어버린 도시 페트라는 바위에 새겨놓은 듯한 거대한 건축물들로 수많은 여행객들을 유혹하는 마성의 유적지다. 그 중에서도 ‘사원the Monastery’로 알려져 있는 알 데이르는 페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알 카즈네the Treasury’와 함께 페트라를 상징하는 거대 유적지다. 알 데이르Al Dayr란 아랍어로 사원을 뜻하는데, 기원전 82년에 완성됐을 때부터 다양한 종교 의식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로마 정복 이후에는 비잔틴 교회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가 깊은 사원 유적지다.

알 데이르는 페트라 유적 중에서도 상당히 고지대에 있는데, 산을 오르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거대한 무풍 지대의 깊은 계곡에 빼곡히 박혀 있는 계단을 따라 오르는 행위가 마치 신을 만나러 가는 모습과 유사하다. 하늘 높이에서 만나는 거대한 알데이르의 모습도 그렇지만, 그 앞으로 펼쳐지는 아라바 계곡은 말과 사진으로 그 감동을 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다. 페트라 사람들은 그들의 신인 두사라가 아라바 계곡에 산다고 믿었다고 하는데, 그보다 어울리는 전설이 어디있겠는가.


5. 이집트, 룩소르 카르낙 신전

(위) 카르낙 신전 (아래) 양머리의 스핑크스들 / 거대 열주랑

단일 사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다는 규모를 자랑하는 카르낙 신전. 룩소르 신전과 함께 고대 이집트 제국의 수도였던 룩소르를 대표하는 유적지다. 거대한 탑문pylon이 방문객들을 반기는 신전은 아직 3할도 채 발굴되지 않은 규모지만 고대 이집트의 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여행객들의 눈길과 발걸음을 붙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재 발굴되어 남아있는 탑문 중 가장 첫 번째 탑문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파괴되어 그 형상을 알아볼 수 없지만, 사이사이 발견할 수 있는 고대 이집트의 부조들은 신비하기 그지 없다.

발걸음을 옮겨 두 번째 탑문 너머로 들어가면 수백개의 열주로 가득한 열주랑이 등장한다. 사암으로 빚은 열주는 파피루스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울창한 파피루스 숲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열주는 얼마나 높고 빽빽한지, 내리쬐는 사막의 햇빛도 열주를 뚫고 들어오지 못해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하부 신전과 룩소르 신전에 비해 보존 상태가 안 좋지만 그 규모의 측면만으로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下편에서 계속)


글 / 그림 사진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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