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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May 15. 2018

02. 사원,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공간들 (下)

[A]BBEY

02. Abbey 사원 -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공간들

(上편에서 이어집니다)


6. 이스라엘, 예루살렘 바위돔

종교의 땅이자 분쟁의 땅인 예루살렘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궁금증을 자극하는 도시였다. 그 궁금증의 화살이 가리키는 가장 끝에 황금색 돔 모스크, 바위돔이 있다. 성전산에서 찬란히 빛나는 황금의 돔은 흙빛의 예루살렘 구시가와 극렬한 대비를 이루면서 존재감을 뽐낸다.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의 3대 성지로 손꼽히는 바위돔의 이름은 예언가 무함마드가 승천한 바위를 중앙으로 쌓은 모스크라 붙여 진 이름이다. 이슬람의 성지인 동시에 종교 분쟁의 중심지인만큼 비무슬림 여행객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데 정해진 시간에만 성전 산에 들어갈 수 있고, 바위돔은 무슬림만 출입이 가능하다. 비록 밖에서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성전산에 올라 바위돔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한 순간을 장식하는 듯한 기분에 취할 수 있다.


7. 스페인, 코르도바 메스키타

스페인, 특히 남부는 로마 멸망 이후 약 천 년의 기간동안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으니 어찌보면 가톨릭보다는 이슬람과 더 인연이 깊다. 그 영향으로 남부 스페인에서는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가 뒤섞여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코르도바의 메스키타는 종교 융합의 훌륭한 사례다. 코르도바는 이슬람 후後우마이야 왕국의 수도였던만큼 모스크의 규모도 상당했다. 가톨릭 왕국은 코르도바를 제압한 이후 모스크를 허물지 않고, 그 위에 성당을 지으면서 성당-모스크라는 기이한 형태의 사원이 탄생했다. 그렇게 탄생한 메스키타에서 아라베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뒤섞여 있는 모습은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멋진 풍경이다. 역사적으로 정복자들이 토착 문화의 신전을 파괴하여 자신들의 성소를 짓는 것이 일반적인데, 코르도바의 경우는 굉장히 예외적이라 방문의 가치가 높다.


8.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가 안토니오 가우디라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있을까. 100년이 넘게 건설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은 가우디 필생의 역작임과 동시에 바르셀로나의 자랑이다. 멀리서도 보일만큼 거대한 높이의 첨탑은 총 12개로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하는데, 아직 중앙의 예수의 첨탑이 완공되지 않았음에도 그 높이는 어마어마하다. 독창적인 세 면의 파사드 역시 성당을 대표하는 특징이다. 가우디가 직접 설계한 예수 탄생의 파사드는 마치 산의 바위가 풍화되어 하늘 높이 날카롭게 깎인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성당의 내부는 매끈한 표면이 인상적인데, 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이 성당 안으로 천당을 강림시킨다. 그 색감과 질감을 보고 있자면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황홀경에 빠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9. 바티칸, 산피에트로 성당

바티칸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가톨릭의 제일 성역이다. 사실상의 가톨릭 교회를 창시한 성 베드로의 유해가 묻힌 자리 위에 서있는 산피에트로 성당은 세계 최대의 성당답게 모든 것이 장대하다. 열쇠 광장의 회랑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십명의 가톨릭 성인, 성당의 가장 앞에 서있는 열쇠의 베드로와 칼의 바올로, 그리고 성당의 위에서 중앙의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란히 서있는 10명의 제자들. 그 풍경이 어찌나 장엄한지, 절로 숙연해진다. 성당의 내부는 훨씬 압도적이다. 로마의 모든 금속을 몰수하지 않고서야 만들 수 있었을까, 싶을정도의 거대한 청동 제단, 그리고 그 위로 신이 내린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천장까지,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이 가톨릭 권력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성당은 확실히 보여준다. 거대한 십자가 형태의 성당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땅에 낙인찍은 십자가 그 자체다.


10.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그리스의 신들이 자신을 섬길 도시를 고르던 중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두고 싸웠다는 도시, 아테네. 소금물 우물을 만들어준 포세이돈 대신 올리브 나무를 선물한 아테나를 선택한 도시 사람들이 여신을 숭배하기 위해 건설한 파르테논 신전. 사람들이 신전을 올려다봤을 때 생기는 왜곡까지 계산하여 황금비율로 만들었다는 신전은 자연을 숫자와 이성으로 접근하고 해석하고자 했던 그리스인들의 철학이 온전히 담겨 있는 건축의 완성, 그 자체다. 아테네의 가장 높은 곳에서 온 세상을 내려보며 평화와 번영을 약속했을 아테나 여신은 시간과 역사의 풍파 속에서 온데간데 자취를 감췄지만, 외벽의 석주만은 제자리에 남아 과거의 웅장했을 파르테논 신전을 기억한다.


글 / 사진 사진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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