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E
Brine 소금물
‘지중해스럽다’는 느낌은 뭘까. 뜨거운 태양, 푸른 하늘, 투명한 듯 찬란한 바다, 아름다운 해변. 지중해를 공유하는 많은 도시들이 저마다의 느낌으로 스스로를 뽐낼테지만, 적어도 내 경험 속에서 지중해는 니스로 대표된다. 남부 프랑스의 프로방스에서 대표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니스는 동쪽으로는 모나코, 서쪽으로는 칸과 인접한 해양도시다. 4월 중순의 니스는 더없이 완벽한 날씨였는데, 적당히 뜨거운 태양과 적당히 시원해 보이는 바닷물은 해수욕과 일광욕을 부추기는 더없이 좋은 파트너였다. 구시가지 동쪽 편에 있는 니스 성터의 전망대에 오르면 하늘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푸르른 지중해와, 그와 대비를 이루는 주황빛의 구시가지가 멋진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구 시가지 속으로 들어가면 니스는 단지 색감 뿐만이 아니라 그 분위기부터 ‘지중해스럽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여행에서 휴식을 찾고 싶은 여행객들은 반도 남쪽의 절벽 속 작은 해안 마을, 포지타노를 한 번 방문해봄직 하다. 로마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험준한 절벽 가의 옛 로마제국 아말피 도로를 지나면 가파른 절벽의 포지타노가 등장한다. 절벽과 절벽 사이의 경사를 낀 마을은 뒤로는 산, 앞으로는 바다를 끼고 있어서 그 모습이 마치 이탈리아 반도를 장식하는 보석과 같다. 마을은 지역명물인 레몬 향수를 뿌린 듯, 산 위부터 바다까지, 골목 곳곳이 눈이 시리게 상큼하고 향긋하다. 자갈밭 해안에서 바라보는 포지타노도 상당히 아름답고, 길을 걷다 해변을 향해 내려다보면 멋진 색감의 마을 건물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는 모양도 역시 멋지다.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또하나의 해양도시다. 크고 작은 섬으로 이어져있는 베네치아는 구 시가지 깊숙이 운하로 바다를 끌어안고 있다. 베네치아의 바다는 운하라는 혈맥을 통해 사람들과 물류를 도시 곳곳으로 연결해준다. 미세혈관 같은 작은 운하들은 여행용 곤돌라로 가득해서 원래의 기능을 다소 상실했지만, 그랜드 캐널(Grand Canal)을 중심으로 배가 마치 버스와 트램처럼 운행하고 있으니, 바다는 그야말로 베네치아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베네치아 본섬 외에도 형형색색의 부라노 섬 등의 작은 마을을 방문하는 것 역시 베네치아 여행의 별미다. 다만 바다와 너무 가까운 나머지 조금조금씩 가라앉고 있어 언젠가 사라질 도시로 손꼽히고 있으니, 늦기 전에 어서 방문하는 게 어떨까.
발칸반도의 휴양도시,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 해의 보석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성곽에 둘러쌓여 있는 그라드(Grad,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은 아드리아 해 위에 떠있는 적진주처럼 찬란하게 빛난다. 티켓을 끊어 성곽 위로 올라가면 한시간정도로 도시를 한바퀴 돌 수 있다. 붉은 빛으로 넘실 거리는 중세 건물들과 그 건너편으로 눈이 시리게 반짝 거리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숨이 턱 막힐정도로 멋지다. 성곽에서 내려와 그라드 안으로 들어서면 회색빛의 도시가 펼쳐지며 중세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데, 로마가 절로 떠오르는 경관이다. 맛좋은 젤라또를 한 손에 쥐고 옛 도시의 중심도로를 걸으면 굳이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행복이 자연스레 차오른다.
그리스의 미코노스는 산토리니 못지 않게 아름다운 섬이다. 아테네 피레우스 항에서 에게 해 먼 바다로 나가길 5시간, 작렬하는 그리스의 태양 아래에서 순백의 건물들로 가득한 섬이 바로 미코노스다. 구 항구를 중심으로 하얗게 칠한 건물들은 빨갛게, 파랗게 색칠한 지붕을 얹고 있어 섬의 색을 좀 더 다양하게 수놓고 있다. 야트막한 언덕 위로는 미코노스의 상징인 작은 풍차가 여러 대 줄 지어 서있고, 그 밑으로 에게 해는 맑다 못해 투명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노천식당이 즐비한 ‘리틀 베네치아’는 휴양의 끝을 보여준다. 노천 카페에 앉아서 바라보는 바다보다 멋진 와인 안주가 있겠는가. 그리스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구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통해 델로스 섬의 유적을 짧게 다녀오는 것도 좋다.
경상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통영은 인구 14만의 작은 도시지만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만큼 멋진 미항으로 손꼽힌다. 옛 조선시대의 3도 수군 통제영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동피랑(동쪽 절벽), 그리고 서쪽으로는 서피랑(서쪽 절벽)이 있어 통영 구시가지를 감싸안고 있는 형세다. 일제시기에 학교 등의 기관으로 파괴됐던 통제영은 13년의 기간을 통해 완전히 복원됐고, 슬럼화되던 동피랑과 서피랑 인근의 마을은 지역 예술가들을 통해 멋진 벽화마을로 재탄생했다. 약 2킬로에 달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을 오르면서 내려다보는 통영시의 모습과 더불어 한려수도(한산도에서 여수까지의 수로)의 모습은 과연 세계적인 장관이다. 그 외에도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떠나는 통영 앞바다 섬 여행은 수많은 여행객들을 통영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