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ACAPE
우리는 스스로를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고 부른다. 연약한 신체적 조건을 극복하고 무리 지어 살면서 인간은 가혹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사한 기타 사회적 동물들과 비교해서도 인간이 월등히 독창적인 점은 자연에 스며들지 않고, 인간만의 세상을 건설했다는 점이다. 약 6천년 전, 인간은 가혹한 자연환경 위에 인간에게 특화된 거주공간을 건설했고 그것은 곧 ‘도시’의 탄생이었다. 자연풍경(landscape)과 대비되는 의미의 도시경관(cityscape)은 웅장한 자연과 비견되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예술품이다. 이번 편에서는 세계 유수의 도시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 10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잠실에 말 그대로 우뚝 솟아있는 롯데월드 타워는 여러 의미로 주목할만한 건축물이다. 높이 555미터의 마천루는 대한민국에서는 최고층, 아시아에서는 3번째, 세계에서는 6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다. 그 높이가 어찌나 높은지, 서울 어디에 있든 어지간해서는 볼 수 있어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꿔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 서울N타워, 63빌딩 등의 전망대가 비교적 서쪽에 치우쳐있어 동쪽에서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강 이남에서 굽이치는 한강과 함께 한강 이북의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참 멋진 도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타이베이101은 타이베이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랜드마크 중의 랜드마크다. 다만 서울의 경우와 달리, 타이베이101 타워 전망대가 아니라, 그 뒷산격인 상산에 가야 제대로된 도시 풍경을 볼 수 있다. 상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책로(라고 쓰고 등산로라고 읽는다)가 꽤 가팔라서 쉽게 봤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별로 길지 않은 산책로를 오르면서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 몇 번을 쉬면서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있듯, 상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타이베이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답다. 거대한 대나무처럼 생긴 타이베이101의 모습은 타이베이 도시전경의 하이라이트이다. 낮에 도시의 풍경을 선명하게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는 하늘의 별을 따다 박은 듯 낭만적이다.
중국의 전통을 보려면 베이징을 가고, 근대를 보려면 상하이를 가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말 청나라의 개항으로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한 상하이의 성장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중국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상하이의 와이탄이다. 상하이는 황푸 강이 흘러 도시를 동서로 가르는데, 서쪽 강변을 와이탄(外滩, the Bund)라고 부른다. 와이탄에 서서 강 건너 푸동 지역을 바라보면 높은 마천루가 서로 경쟁하듯 높이를 뽐내고 있다. 그 맞은 편의 강 서쪽(푸서)으로는 상하이를 개항하면서 유입된 서양 세력들이 세운 은행 등의 근대건축물들이 즐비하다. 와이탄은 20세기 서양에 굴복해야 했던 중국을 배경으로 현대화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중국인들의 꿈이 서려있는 장소인 셈이다.
홍콩의 도시전경은 흔히 상하이와 함께 중국 도시 스카이라인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홍콩섬의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보는 홍콩섬과 구룡 반도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구룡 반도의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홍콩 섬의 모습만큼 홍콩의 멋을 잘 표현하는 포인트도 없으리라. 홍콩이 영국에 할양됐던 100년동안 홍콩은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 한 때 아시아에서 가장 현대화된 도시로 손꼽혔다. 그 중에서 금융기관들이 모여있는 홍콩 섬은 섬 전체가 고층빌딩, 마천루의 섬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홍콩의 중국 반환,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인한 상하이 등의 부상으로 홍콩의 위상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홍콩 섬의 마천루가 그리는 스카이라인은 ‘홍콩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듯 어두운 밤을 찬란히 밝힌다.
작은 풀정도 간신히 자라는 매마른 광야의 땅. 나무 한 그루 자라기 힘든 야트막한 둔덕의 계곡 사이에 암만이 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은 처음으로 ‘중동스럽다’는 인상을 받은 곳이었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얕은 언덕 사이에 만들어진 도시는 바위와 흙의 언덕 위로 빼곡하게 건물을 만들어 세워졌다. 회색빛으로 일관되게 칠해진 암만은 도시 한 가운데의 성채(시타델, Citadel), 로마 원형극장 유적과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들을 유적으로 박제하지 않고 도시의 일부로 포용한다. 시타델에 올라서 언덕의 모양에 따라 흐르고 오르는 모습의 암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멀리서 들려오는 이슬람 기도문 읽는 소리에 눈도, 귀도, 마음도 함께 차분해진다.
(下편에서 이어집니다)
글 / 사진 사진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