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의 귀환은 현재진행형
진정한 HOMECOMING
소니와 마블의 협약을 통해 몇 십년 만에 마블의 품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 그 모습은 마치 집안 살리러 외화벌이 나간 자식이 다시 되살아난 가족으로 되돌아온 모양새다. 참, 그 때 마블이 엑스-맨이고 스파이더맨이고 다른 회사에 팔아재낄 때는 영화판이 이렇게 돌아갈지는 몰랐겠지. 어벤져스의 퀵실버 말마따나 "You didn't see that coming?"이다.
어벤져스4로 끝나는 페이즈3를 끝으로 전면적으로 캐릭터들이 물갈이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 나오는 마블 영화들은 대부분이 페이즈4 이후부터 MCU를 이끌어갈 캐릭터들이다. 그 와중에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계승자로 제대로 데뷔한 기분이다. 피터 파커를 조금 어린 고등학생으로 설정한 이유도 그런 데 있지 않을까. 뭔가 이전의 영화들은 스파이더맨이 어느정도는 완전한 형태의 히어로로 등장했다면 <홈커밍>에서의 스파이더맨은 '맨'을 붙여도 괜찮을까, 이대로 어벤져스3에 등장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나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투 기술, 수트의 사용법, 용기와 패기 등 여러면에서 볼 때 히어로보다는 그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느 고등학생의 이야기정도로 보인다.
마블의 기획력은 한계가 없는 것인가
그런 점에서 이번에도 역시 마블의 기획력에 감탄 하지 않을 수 없다. '틴에이저 무비'를 만들겠다는 마블의 입장이 나왔을 때 어느 하나 비웃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히어로 무비를 틴에이저물로 만들겠다고?" 차라리 하이스쿨뮤지컬의 히어로판을 만들라고 하고 싶을정도였으니. 하지만 마블은 어찌도 이렇게 줄타기를 잘하는 것인지, 하이틴무비의 유쾌한 분위기와 더불어 히어로물이 가져야할 텐션을 동시에, 게다가 이렇게나 효과적으로 가져간다는 게 각본과 연출 모두 감탄이 나올 따름이다. 또한 '스파이더맨'의 이야기가 아닌, '피터 파커'의 이야기로 플롯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후의 피터가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Spider-Man will return"이라는 문장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스파이더맨 대 스파이더맨 대 스파이더맨
하지만 역시 1세대 히어로 영화의 선두주자였던 만큼 이전 스파이더맨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와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과 비교했을 때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뒤지는 느낌도 든다. 또 판권 문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피터를 제외한 캐릭터들의 변형도 스파이더맨을 데려왔다기 보다는 그저 스파이더맨이라는 컨셉을 가진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는 느낌이 강했다. 영화의 재미적 요소를 감소시키지는 않겠지만 1대 스파이더맨 삼부작을 10번 이상 봤던 골수팬으로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리하자면,
1, 2대 스파이더맨을 재미면에서는 압도하지만 MCU에 합류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다운그레이드라든지, 영웅의 철학적인 면모가 빠지는 것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어쨌든 영화 자체가 삼부작으로 일단은 기획되고 있으니 그런 내적 보강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문제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2편은 어벤져스4 직후의 이야기이며 시빌워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고 하니 홈커밍 1편으로 일단 팬들을 안심시켜놓은 마블이 2편에서 어떤 승부수를 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