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37일차, 요르단 여행 7일차
암만으로 들어가기 전 다시 퀸알리아 공항으로 돌아가서 렌터카를 반납했다. 복잡한 암만 시내를 운전할 자신이 없던 게 컸다. 서울 시내만 해도 운전하는 것이 스트레스인데,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사고라도 난다면 정말 골치 아프다. 택시를 타고 들어가는 비용에 지갑이 눈물 짓기는 했지만, 암만에 가까워지면서 눈물은 서서히 안도로 바뀌었다. 후, 차를 두고 오길 잘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도착한 암만은 상상 이상의 광경을 선사했다. 초원과 바위의 둔덕들 사이의 계곡을 끼고 빼곡하게 박혀 있는 회빛 건물의 향연은 마치 경사를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형상이다. 국가 정책적으로 건물의 색을 흙빛으로 모두 통일한 덕에 자칫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암만의 구도심은 오히려 정돈된 듯한 느낌을 준다.
구도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흘러내리는 건물들 사이에 눈에 띄는 시타델과 고대 로마 원형극장이다. 고대 로마 이전부터의 역사가 담겨있는 시타델의 위에 오르면 암만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역사 이전부터 인간의 손길을 기다려왔을 바위 언덕, 그 위에는 도시의 역사를 알려주는 안내판과 함께 고대 로마부터 이슬람 우마야드 왕조 때까지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진으로 무너진 로마와 이슬람의 유적은 방치된 채 비바람과 먼지를 견디며 또 다른 시간의 풍화를 이겨내고 있다.
제라시에서 다시 암만으로 돌아올 때부터 하늘은 심상치 않았다. 거센 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몰아쳤다. 비구름 사이로 햇빛이 흘러 나오고, 강풍을 타고 흩날리는 빗방울과 뒤섞인 흙먼지가 도시를 회빛 뿌연 안개로 뒤덮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도시를 휘어감고, 기도 시간을 알리는 목소리가 도시의 미나레트를 통해 울려퍼지는 그 순간은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는 묘한 이슬람의 시공간이었다.
밤의 암만은 활기찼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깊은 밤이었지만 거리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요르단 대통령도 들렀다는 유명한 현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영어가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식당 사람들은 친절했다. 흔히 만날 수 없는 동양인이 신기해 흘깃흘깃 쳐다보거나 말을 거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이정도라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중동’ 하면 떠오르는 그 모든 부정적인 감각은 암만이라는 도시와 썩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