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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Jul 01. 2018

41 카이로 : 천 개의 미나레트, 첫 시작은 혼돈

세계일주 38-39일차, 이집트 여행 1-2일차

이집트

1-2일차

카이로


요르단을 끝으로 혼자하는 여행이 시작됐다. 여간 익숙하지 않은 혼행인데다, 그 시작이 영 익숙하지 않은 이집트라니, 긴장이 여간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디 내가 그냥 여행객이던가. 무려 ‘인도’를 다녀온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카이로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카바를 지나 시나이 반도의 상공을 지나면서 곧이어 카이로에 도착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됐다.

시나이 반도의 메마른 땅 위를 날아가고 있다

카이로 공항에서 작은 문제가 있었다. 유심을 사든, 공항 인터넷을 잡아서 우버를 부르려고 했지만 유심을 파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항 인터넷도 잡히지 않았다. 아뿔싸, 공항이라면 모두 와이파이가 잡힌다는 것이 도대체 어느 시절 오만이란 말인가. 큰 배낭을 짊어지고 혼자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어떤 양복을 입는 남자가 다가왔다. 택시를 연결해주는 삐끼였다. 원래 같으면 무조건 거부하고 보겠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조금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꽤나 괜찮은 기사를 만났다. “웰컴투 이집트!”를 외쳐주는 택시기사였다. 팁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이집트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호텔 앞의 풍경

카이로의 숙소는 카이로 중앙 기차역인 람세스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숙소였다. 숙소 앞에는 넓은 광장을 끼고 있는 모스크가 있었다. 높이 솟은 외첨탑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이렇게나모스크가 일상적으로 보이는 것을 보니, ‘천 개의 미나레트의 도시’ 카이로에 온 것이 이제서야 실감이 났다.

중세 이슬람 시대부터 카이로는 모스크가 많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천 개의 미나레트의 도시’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 카이로의 중앙역인 람세스 역

둘째날, 아침 일찍 람세스 역에 있는 보다폰에 가서 유심칩을 구매했다. 그런데 여기서 구매한 유심칩이 말썽을 부리면서 둘째날 일정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이집트의 악명높은 택시를 피하기 위해서 우버를 타고 가던 중 인터넷이 갑자기 끊어져버린 것이다. 얼떨결에 이미 탄 택시에서 내려 알아즈하르 모스크 앞에 내릴 수 있었는데, 그 이후가 막막했다. 인터넷이 다 될 것이라 생각해서 제대로 교통도 제대로 안 알아보기도 했고, 구글 오프라인 지도도 설정해놓지 않은 상황이었다. 근처에 보다폰이 있으면 해결해볼까 싶었는데, 역시나 찾을 수가 없었다.

카이로에 최초로 세워진 모스크인 알아즈하르 모스크. 이외에도 이슬람 카이로에는 유명한 모스크가 상당히 많지만 제대로 보고 오지 못해 너무나도 아쉽다

순간적으로 패닉이 찾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리 큰 문제였나, 싶기도 하지만 그 순간 모든 신경이 유심칩에 쏟아졌다. 그래도 눈 앞의 모스크에 집중해보자, 싶은 마음에 알아즈하르 모스크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집중은 안됐고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에 혼자 빠져버린 내 가슴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운도 안 좋게 미나레트가 공사 중이라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돌아가서 유심을 해결하는 수밖에.


우버 가격을 참고해서 택시라도 타고 가려고 했지만, 이슬람 카이로가 낙후되기도 했고, 도로 상황도 좋지 않아서 그런지 택시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가까운 지하철 역을 찾아보니 걸어서 2, 30분 거리에 하나가 있었다. 이슬람 카이로를 떠나는 길, 아쉬운 마음에 칸엘-칼릴리 시장이라도 구경해야겠다, 싶었다. 중세 카이로 때부터 이슬람 상인의 온갖 진기한 물건의 집합소였던 칸엘-칼릴리 시장은 그 역사성 때문에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다. 하지만 지나치게 패닉했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이 역시 제대로 즐길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거의 탈출하다시피 시장을 도망칠수밖에 없었다.

람세스 역에 돌아와서 유심칩을 해결하니 이미 시간이 너무 애매하게 지나버린 후였다. 너무나도 아쉬운 하루였다.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지나치게 인터넷에 의존했던 게 가장 큰 실수였고,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해서도 완전히 무방비였다. 게다가 경계심이 너무 강하기도 했다. 내 안의 내적인 문제점들이 유심의 말썽이라는 형태로 터져버린 셈이었다. 여행을 정리하고 있는 아직까지도 카이로는 세계일주 일정 중 가장 아쉬운 일정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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