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39일차, 이집트 여행 2일차
‘천 개의 미나레트의 도시’라고 불렸던 카이로는 중세 이슬람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이 콥트교의 성지라는 사실은 놀라운 충격이었다. 그리스도의 삼위일체설을 거부하고 단성설을 주장하면서 이단으로 지목된 콥트교는 초기 기독교 시대 이후 이집트에 자리잡아 지금까지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집트 내에 콥트 교도만 이집트 인구의 무려 10%를 차지한다고 하니, 그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집트를 여행하다가 간혹가다 보이는 십자가의 교회는 콥트교 교회다.
‘올드 카이로’라고도 불리는 콥트 카이로는 카이로가 시작된 지역이다. 과거 바빌로니아 인들이 이집트에 와서 살며 지었던 성벽이 유적으로 남아있는 이곳에 천여년 전 콥트 교도가 터를 잡았다. 신약의 시대에도 이곳은 카이로의 중심지였고, 아기 예수가 애굽(이집트)로 피난왔던 교회 역시 콥트 카이로 내에 존재한다고 전해진다(*아기예수 피난교회). 종교 분쟁 때문에 콥트 카이로로 들어가는 입구와 콥트 박물관 입구에 무장 경찰이 배치돼 있는데, 이집트 내의 이슬람과 콥트교의 분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럼에도 알라와 그리스도가 공존하는 이곳은 카이로에서 가장 신비롭고도 성스러운 장소가 아닐까.
아쉽게도 콥트 카이로 내부 깊숙이 들어가 주요 교회들은 들어가지 못했다. 시간도 부족했거니와 콥트 카이로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교회가 있는 골목을 돌아 허름해보이는 곳으로 조금 걸어들어갔지만, 영 혼자 거닐만한 곳이 아니라 이내 포기했다. 그래도 다행히 메트로에서 내려 바로 앞에 보이는 공중교회(the Hanging Church)는 들어가볼 수 있었다.
공중교회는 이집트 콥트교회의 대교좌주 교회로 가장 중요한 사원 중 하나다. 콥트 박물관과 옛 바벨론 성채 유적 옆으로 공중교회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얼핏 중동 문양과 유사해 보이지만 위에 달려있는 십자가가 이곳이 교회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비교적 소박한 안뜰이 나온다. 그 앞으로 하얗게 솟아 있는 두 첨탑이 인상적인데 누가보아도 교회의 형색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어두운 색의 나무 의자들이 교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나무 장식이든, 석주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그 외에도 스테인드 글라스를 비롯해 수많은 종교 이콘화가 가득한데, 익숙하지 않은 콥틱 교회 성인들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콥트 교는 이단으로 지목되면서 상당히 긴 시간동안 고난을 견뎌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순례한 성인들이 많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 옆으로 둥근 돔 천장이 눈에 띄는 성 조지 동방정교 교회가 있다.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시기에 기독교인을 숨겨줬다가 순교한 성 마르 기르기스(St. Mar Girgis)를 기리기 위해 7세기에 세운 것이 교회의 시작이었다. 지금의 교회는 10세기 경 콥트 교황의 지시로 새로 만들어진 교회다. 동방정교회 교회는 요르단의 마다바에서도 경험한 바가 있어서 익숙한 모습이다. 돔 천장을 가득메우고 있는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그림은 10세기에 교회가 세워졌을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누구든 하늘을 바라보는 자, 그리스도를 마주하리라는 메시지가 천자에서 쏟아내려오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