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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Jul 31. 2018

43. 콥트 박물관 : 모래 속에서 찾은 종교의 흔적

세계일주 39일차, 이집트 여행 2일차

이집트

2일차

카이로


콥트 박물관은 성 조지 동방정교 교회와 바빌론 성터 바로 옆에 있다. 콥트교의 유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으로서 그 종교적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거대하다. 콥트교의 성지 위에 가장 성스러운 박물관이니, 무장경찰의 경비 역시 삼엄하다.

바빌론 성채를 한쪽에 끼고 넓은 정원을 통과하면 회색에 복층으로, 하지만 옆과 뒤로 꽤 넓어보이는 박물관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콥트 교회 형식으로 장식돼 있는 정문의 바로 앞에는 당장에 물이라도 흘러 분수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장식이 있지만, 종교에 무식한 여행자로서 그 조경의 심오한 뜻을 알기는 어렵다.

콥트 박물관은 이집트 전역에 퍼져있는 다양한 콥트교 유물을 수집, 소장, 전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조도가 상당히 낮고, 이집트의 강렬한 태양빛이 내부로 들어와 고유적을 산화시키지 못하도록 창도 거의 막혀 있다. 약한 불빛의 조명으로 밝힌 유물들은 그 안에서 수천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잔인한 시간의 마수에서 벗어나 망각에 빠지지 않고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을 박해했던 이집트의 건조한 사막일테다. 그 유물의 형태는 나무에 새기고 그린 그리스도의 모습부터 콥트교의 성자들, 십자가까지 다양하다. 전반적으로 화려하다기보다는 수수한데, 오랜 시간 초기에는 가톨릭, 이후에는 이슬람까지 박해받으며 사막 위에서 살아남은 유구한 종교답다.

수많은 유물들 중에서 특히 중요한 소장품은 나그하마디 고대 문서다. 나일강 상류의 나그하마디 마을에서 발견된 이 문서는 3, 4세기 경에 작성된 문서인데 <신약성경>부터 플라톤의 <국가>까지 다양한 문서들이 콥트어로 적혀있다. 햇빛과 카메라 플래시에 의한 손상을 막기 위한 것인지 불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보관 중이다. 십자가 모양으로 작게 투명한 부분을 만들어놔서 그 쪽에 눈을 대고 봐야 문서의 정체를 볼 수 있다.

콥트 박물관과 콥트 카이로 여행은 마치 꿈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인구의 1/10이라면 분명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중동의 한복판에서, 그 중에서도 이슬람의 주요도시로 손꼽히는 카이로에서 콥트교라는 이름은 사막 위에 모래가 날리듯 희미하고 위태롭다. 걸핏하면 종교분쟁의 대상이 되는 위태로운 촛불 같은 종교가 이렇게나 오랜 시간동안 카이로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마음 깊이 성스러움이 충만했다. 비록 내 스스로가 어느 종교의 신도는 아니지만 그러한 유구한 역사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시간 위에 각인시켜 나가는 이들의 흔적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마음 깊숙이 저릿한 기분에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콥트 카이로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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