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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Jun 23. 2018

쥬라기월드 : 폴른 킹덤(2018)

풍부하기보다는 조잡하다

재미 0.7 / 연출 0.6 / 배우 0.7 / 각본 0.5 / 만족도 0.7

총 점 3.2 / 5.0


여느 소년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한 때 공룡에 심취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이름도 댈 수 없는 말도 안되게 긴 공룡의 이름을 외워대던 내 모습은 필히 부모님의 눈에 공룡 수재로 보였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은 분명 유사 공룡학자를 흉내내던 유년의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영화였다. 3년 전, ‘공원’이 ‘세계’로 확장되어 돌아왔을 때의 소름은 그런 연유에서 유년 시절의 회귀이자, 어린 감성의 르네상스였다. 과연 ‘무너진 왕국’은 과거의 쥬라기 월드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전작에서 인도미누스 렉스를 통해 유전자 공학을 이용한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는 <폴른 킹덤>에서 좀 더 강화된다. 전작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건들이긴 했지만, 중심 사건 자체도 단순 실수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고, 영화 자체에서도 오랜만의 복귀인 만큼 쥬라기 월드의 화려한 모습 등의 비쥬얼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경향이 셌다. 하지만 <폴른 킹덤>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여러 철학적 주제를 건들기 시작한다. 헨리 우 박사, 메이지(인간 과학 기술의 맹신과 오만), 밀스(뒤틀린 자본주의), 클레어(동물 보호) 등의 인물들을 통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비빔밥을 만들 때도 재료를 고르게 손질해서 균형을 잡아 놓아야 제대로 된 요리가 탄생하듯, 그럴듯한 이야기 여러 개를 모아서 섞는다고 근사한 영화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잡탕밥이 되기 십상이다. 전편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으로 공룡 보호 단체를 운영하게 된 클레어의 마음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에 대해서는 잠시 차치하더라도 ‘멸종동물 보호’의 이야기는 섬을 떠나면서 쏙-살아진다.

유전자 공학에 대한 이야기를 인간의 욕망과 연결시켜 스케일을 더 키우지만 전편에 비해 특히 다른 서사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과욕으로 탄생한 괴물들이 인간 사회로 나가게 되면서 앞으로 있을 인간 사회와 공룡의 충돌을 예고하면서 기대감을 놓이기는 했지만, 이 또한 인간문명이 스스로 자멸한다는 서사의 <혹성탈출> 등의 영화가 상당히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관객수 500만을 동원하면서 놀라운 속도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무더운 여름의 시작에서 스트레스 날리기 나쁘지 않은 영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500만’이라는 숫자가 온저히 영화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님을 또 한 번 몸소 체험시켜준 영화이기도 했다. ‘폴른 킹덤’이 쥬라기 시리즈 그 자체가 되지 않도록 3편에서는 좀 더 주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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