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DOM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헤겔은 역사란, 자유를 의식하고 그것을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계급으로부터의 자유, 사회 부조리로부터의 자유 등 인간은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했고, 수십, 수백만의 염원이 한 데 모였을 때 그것은 바위처럼 무겁게만 앉아있던 역사를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프랑스 대혁명이 그랬고, 지난날의 광화문이 그랬다. 인류 역사는 ‘자유’의 발자취인 셈이다.
여기, 그 발자취를 하나의 여행코스로 지정해서 수많은 여행객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도시가 있으니, 바로 미국 역사의 도시, 보스턴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면서,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을 알린 곳인 보스턴은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을 만들어 미국 독립의 발자취를 붉은 벽돌로 이어붙여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F편을 맞이해서 이번에는 보스턴의 프리덤 트레일 위에 있는 역사적인 장소 5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보스턴 커먼
Boston Common
프리덤 트레일의 시작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보스턴 코먼이다. 1634년에 만들어진 공원은 초기에는 방목장이었지만 점차 아고라로 그 역할이 바뀐다. 여전히 도시 속 공원으로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는 장소다. 프리덤 트레일이 시작되는 지점인만큼 비지터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어, 프리덤 트레일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은 헤매지 않고 이곳이로 오면 된다. 메트로 레드, 그린 라인의 파크 스트리트Park Street 지하철 역에서 하차하면 바로 공원으로 나올 수 있다.
매사추세츠 주 의사당
Massachusetts State House
보스턴 코먼에서 시작되는 붉은 벽돌을 따라가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장소다. 보스턴 시내의 작은 언덕인 비컨 힐의 정상에 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황금으로 도금된 돔 천장이다. 원래부터 도금돼 있던 것은 아니고 1997년에 새로 도금된 것이다. 건물 자체는 1798년에 완공됐고, 메사추세츠 주의 초대 주지사였던 존 핸콕이 자신의 사유지에 지은 건물이다. 붉은 벽돌의 외벽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그보다도 200년이 넘은 건물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더 기억에 남는다. 건물의 외관이 아무리 잘 보존되고 있다고 한들, 그 본래의 목적이 상실되면 건물의 영혼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올드 사우스 집회소
Old South Meeting House
파크스트리트 교회와 보스턴 구 시청사를 지나서, 높은 건물들 사이로 조금은 왜소해 보이는 붉은 벽돌의 교회 건물을 볼 수 있다. 높이 56미터의 흰색 첨탑이 특징인 올드사우스 집회소는 원래 청교도 교회로 1729년에 건립됐다. 하지만 이후로 보스턴 시민들의 집회소로 더 활발히 사용된다. 미국 독립전쟁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인 보스턴 차 사건을 모의했던 장소도 바로 올드사우스 집회소다. 지금의 모습은 1872년의 보스턴 대화제 때 전소된 이후 기금을 모아 재건된 모습인데, 미국 독립전쟁에 관한 전시장으로 일반에 공개돼 있다.
올드 스테이트 하우스
Old State House
개인적으로 프리덤 트레일을 걸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바로 이곳이었다. 식민지 시기의 주청사 건물로 1657년에 목조건물로 건립됐지만 화재가 나서 1713년에 붉은 벽돌로 다시 만들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보스턴에서는 가장 오래된 공공건물이다. 보스턴의 금융가 한복판에 있으면서 꽤나 높은 건물들 사이에 있는 올드 스테이트 하우스는 그 이질성 때문에 더 돋보인다.
시각적으로도 꽤나 훌륭한 즐거움을 주는 이곳은 프리덤 트레일 중에서도 가장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다. 보스턴 시민들의 공공건물로서 영국 지배 하에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했던 곳인데, 그 중에서 2층의 발코니에 올라서 중요한 선언문을 낭독하곤 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작성된 미국 독립선언서도 바로 그 자리에서 1776년에 최초로 낭독된다. 낭독이 이루어졌던 발코니 밑에는 동그라미로 보스턴 시민 5명이 희생된 1770년의 보스턴 학살 장소를 표시하고 있다.
파뉴일 홀
Faneuil Hall
올드 스테이트 하우스가 있는 금융가를 벗어나면 조금은 트인 공간이 나와 왠지 숨을 탁- 트이는 기분인데, 그곳에 파뉴일 홀이 있다. 1742년에 완공된 파뉴일 홀은 공설시장임과 동시에 독립운동가들의 회의소였다. 미국의 유명한 독립운동가 사무엘 아담스는 파뉴일 홀에서 영국에 대항해서 독립할 것을 연설하기도 했는데, 그는 이곳을 ‘자유의 요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패뉴일 홀은 여전히 미국 대통령 등의 연설이 이뤄지는 장소이고, 뒤쪽의 퀸시마켓과 함께 여전히 공설시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