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오사카, 그리고 교토
교토에 다녀왔다. 베이징 다음으로 두 번째였다. 한 여행지를 두 번 가는 것은. 교토를 처음 간 것은 6년 전의 겨울이었다. 그것도 오사카 여행의 곁다리였다. 10박 11일. 여행 계획이 뭔지도 몰랐던 당시의 나와 친구는 무식하게도 용감했다. 숙소에서 족히 한시간 반은 걸렸던 교토를 이틀이나 당일치기로 다녀왔으니, 시간 낭비도 그런 낭비가 없었다. 덕분에 교토는 제대로 겉핥기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다녀오고자 했다. 4박 5일, 모든 일정을 교토에 온전히 쏟을 요량이었다. 게다가 여름의 푸른 내음이 왕성한 교토는 또 처음이지 않은가.
다만 최대의 적이 있었다면 여름의 무더위. 산맥에 둘러쌓여 천해의 요새로 손꼽혔던 교토의 지형은 천여년 전 헤이안쿄 천도의 이유였다. 그 당시 일본 천황이 기상학을 알았으랴. 적에게 방어하기는 용이했겠지만 여름의 더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에 비슷한 지형이 있다면 대구가 그렇다. 가뜩이나 서울보다 더 더운 곳을 여름에 가게 된 것은 동행의 여행 날짜에 맞추기 위함이었다. 일본을 처음 가는 동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더위 피해 훗카이도를 가자니 첫 일본 여행의 구색이 안 맞았다. 게다가 거기는 5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피서는 무슨, 차라리 추서 여행을 하는 게 낫지,싶었다. 그런데 아뿔싸, 100년 만의 폭염이란다. 우리가 여행지를 정하고 비행기 예약한 것이 한달 전. 지진 피하고, 폭우 피했으니,이제는 살았다 싶던 것이 채 일주일을 안 갔다. 쪄죽지나 말아야 할텐데.
내 마음도 ‘대체로 흐림’이었다. 저 온도를 어찌해야 하나...
지인들에게 교토를 4박 5일 간다고 알리니 하나 같이 알쏭달쏭한 표정이었다 : 교토에 볼거리가 그렇게 많아? 갈 곳을 표시해놓은 구글 지도의 별만 해도 하늘의 별천지였다. 유홍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교토는 ‘사찰의 도시’다. 당나라 때부터 교토는 헤이안쿄라는 이름으로 일본 정치 문화의 중심이었고, 정치가 떠난 교토에 남은 것은 순수한 형태의 일본 전통문화였다. 그곳에는 천년이 넘는 천황의 흔적이 있었고, 쇼군의 흔적이 있었고, 민생의 흔적이 있었다. 흔적 뿐이랴, 지금도 그곳에 살아가는 현대 일본인들이 교토에서 일본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답사의 형태가 아니라도 교토는 별천지, 갈곳천지의 땅이다.
항상 중국만 가 버릇했더니, 일본으로 떠나는 비행기 편이 인파는 적은 편이었다. 오사카로 떠나는 비행기에는 일본인 다수와 이 더위에도 오사카 여행을 굳이 하겠다는, 나와 같은 한국인 소수가 섞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교토로 바로 들어가는 인원은 거의 없으리라. 인천 국제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 공항까지는 두 시간이 걸렸다. 1년만의 비행기에 속이 울렁거렸다. 두근거림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왔으리라. 게다가 이번에는 내가 책임져야하는 동행까지 있던 터였다. 오사카에 내리니 후끈한 기운이 우리를 맞이했다. 온갖 곳에서 튀어나오는 일본어와 히라가나, 가타가나에 혼미해질 새가 없었다. 우리는 빠르게 교토로 떠나야 했다. 간사이-교토 간 특급열차인 하루카 열차 플랫폼을 찾았다.
열돔 현상 때문이었을까. 어째서인지 하늘에서는 처음 보는 멋진 운해가 펼쳐지고 있었다. 저 밑은 지금 찜통 더위겠지.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오사카는 단순한 경유지
간사이 공항에서 하루카 특급을 타고 JR교토 역까지는 약 70여 분이 걸렸다. 기차를 타고 빠르게 오사카를 통과했다. 덴노지 역을 지나면서 근처의 신세카이의 츠텐카쿠나, 신 오사카 역 근처의 고층 빌딩이 보이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완전한 암흑이었다. JR교토 역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가 다 됐다. 하지만 온도는 여전히 33, 34도. 뜨거운 열대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랴, 서둘러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하니 이미 11시가 다됐더라. 무엇보다 엄청난 열대야에 온몸은 이미 땀범벅이었다. 하, 내일부터 어떻게 돌아다니지. 걱정을 가득 안고 잠을 청했다.
하루카 특급은 인터넷으로 미리 사서 티벳을 택배수령하거나 인천공항에서 수령하는 편이 현지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인터넷 로밍의 경우도 일본은 유심이 싸지 않아서 포켓 와이파이나 개별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가 묶었던 숙소는 야사카 신사 바로 옆의 Hotel Sunline Kyoto. 1박에 14만원 정도의 트윈베드룸으로 4박을 묵었다. 가격도 합리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위치가 깡패. 재방문 의사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