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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마케터가 이직 후 3개월 동안 하는 일

by 마케터 임지은

이직을 여러번 하다보니 이제는 나만의 이직 루틴 비스무리한 것이 생겼다.


같은 경력직 입사라고 해도 조직에서 주니어마케터에게 기대하는 바와 시니어마케터에게 기대하는 바는 확연히 다르다.


주니어마케터는 입사 후 온보딩을 끝내면 담당 업무가 정해져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통상 기업에서 주니어마케터를 채용하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은 정해져있는데, 당장 이를 실행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니어마케터는 입사 직후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왜 해야하는지, KPI는 무엇인지,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유관부서 담당자는 누구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가능한) 실수 없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방벅을 익혀야 한다.


요약하자면 "주어진 일을 체화하는 것"이 주니어마케터가 3개월 간 해내야 할 핵심 과제라 볼 수 있다.


시니어마케터의 채용은 다르다. 통상 기업에서 "구체적으로 뭘 해야할 진 모르겠지만, 뭔가 하긴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생각이 들 때 이 답답한 부분을 해소해 줄 구원투수로 시니어마케터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니어마케터는 입사 직후 당장 손발을 움직이는 실행보다 이 조직에서 그동안 어떤 부분에 답답함을 느껴왔는지 여러 부서로부터 듣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터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뭔지 스스로 정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나의 역할을 정의하고, 마케팅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과를 낼 환경을 세팅하는 것"이 시니어마케터가 3개월 간 해내야 할 핵심 과제라 볼 수 있다.


이 콘텐츠는 시니어 마케터의 핵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3개월 간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리하는 콘텐츠라 보면 되겠다.




1. 내부 용어와 지표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기

내부 용어와 지표 기준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되어있지 않은 조직이 생각보다 많다.

마치 구전되어 내려오는 전래동화처럼 '대충 이런 뜻이지'라고 통용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내부에 이러한 자료가 있는지 물어본 후 없을 경우

"내가 만들어서 회사에 공유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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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비스 주요지표 데이터 추이 이해하기

1에서 주요 지표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이제 각 지표들이 그동안 어떤 흐름을 보여왔는지 들여다 볼 차례다. 내 경험 상, 주요 지표의 상승/하락 원인을 살펴보는 것에서 내가 만들어 낼 성과의 열쇠를 찾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1번과 마찬가지로 누적 데이터가 잘 정리되어있지 않은 회사가 많으므로, "내가 만들어서 회사에 공유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평소 지표 모니터링은 데이터시각화 툴로 하더라도 월간/연간 누적 실적 정도는 스프레드시트로 정리해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용하다. 매년 연말/연초만 되면 이 자료를 찾아 헤매는 이들이 나타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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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케팅 히스토리 파악하기

새 회사에 입사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기존 히스토리를 파악하려는 노력 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내 아이디어 자랑하기'라고 생각한다. 전체 히스토리를 100% 이해하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노력은 한 상태로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는 것이 기존 멤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를 위해 아래 4가지에 대한 최근 1~3개년 정도의 히스토리는 초반에 파악해두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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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사/서비스 아이덴티티 이해하기

마케팅팀이라고 해서 마케팅 히스토리만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회사와 서비스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 것을 이해하는데는 이러한 문서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회사마다 아이덴티티를 정리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니 이러한 자료를 어떻게 확보할 지 고민하지 말고 바로 질문하자.

브랜드북

브랜딩 가이드라인 문서

IR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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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르는 건 고민말고 질문하기

'신규입사자에 대한 관용으로 가득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기껏해야 입사 후 한 달 정도이니 이 시간을 정말 잘 활용해야 한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 헷갈리는 것 계속해서 물어보는 것이 민폐일까 염려할 시간에 물어보자.


오히려 질문이 없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잘 온보딩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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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감사 전하기

5번에서 망설이지 말고 질문하라고 했지만

질문하는 것 = 나의 권리

답변하는 것 = 동료의 의무

라고 생각하지 말자.


동료는 본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을 해준 것이다. 그러니 도와준 동료들에게 충분한 감사를 전하자. 그리고 이 동료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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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및 가치관 소개하기

7. 나의 업무 방식 및 가치관 소개하기

사실 같은 '마케터'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회사의 조직문화, 각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마케터로서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직 초반에 이 회사에서 나의 역할에 대한 동료/상사와의 기대치를 맞추는 것이 꽤나 중요하다.


나의 경우 기존에 내가 작성한 다양한 문서를 기반으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일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일하는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같은 내용을 정리해서 전사에 공유했던 것이 꽤나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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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에 대한 상사의 기대치 확인하기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직원 위에는 나의 기획안에 최종 의사결정을 내려 줄 상사가 있다.

내 상사의 업무 스타일 및 가치관은 어떠하고

지금 느끼고있는 페인포인트는 무엇이고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지

이를 명료하게 파악한 후 새로운 무언가를 기획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른 컨펌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내가 상사와의 기대치 세팅을 위해 주로 하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좋은 마케팅이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마케팅 잘하는 기업/브랜드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이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시나요?

기존 마케팅팀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으셨나요?

다른건 다 참아도 이 것만은 못참는다고 생각하는 애티튜드는?




9. 내가 나눌 수 있는 지식 공유하기

나는 평소에 개인 노션에 스터디 자료를 정리해두는 편인데 워낙 앱 마케팅 분야를 오래 해왔다보니 이와 관련된 꽤 좋은 자료들이 아카이브 되어있다고 자부한다.


회사는 기존 인력에게 없는 경험과 지식을 얻기 위해 경력직인 나를 채용했을 것이므로, 나에게 쌓인 것들을 잘 나누는 것 또한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런 자료를 아까워하지 않고 초반에 공유하는 편이다.


이는 내가 가진 업에 대한 전문성과 꾸준히 노력하는 애티튜드를 동료들에게 임팩트있게 어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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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외부인의 시선으로 오류 찾아내기

모든 회사에는 곳곳에 크고작은 오류가 숨어있기 마련인데, 갓 입사한 사람들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회사를 바라볼 때 오히려 이런 오류를 더 잘 찾아낼 수 있다. 회사에서 안내해 준 데이터나 툴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말고 그 것이 정확한지 의심하고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자.


나 또한 비브로스 합류 초반에 어트리뷰션 툴에 로깅되는 주요 이벤트에 iOS 데이터가 누락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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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객의 목소리 듣기

내가 우리 회사 서비스의 메인타겟이라면 서비스의 특장점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겠으나 살다보면 내가 쓸 일이 없는 서비스를 마케팅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전 직장에서 개발자 타겟 서비스를 마케팅 할 때도, 이번 회사에서 소아과 중심의 병원 예약 앱을 마케팅 할 때도 마케팅의 아이디어를 얻는데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검색해서 찾아보는 거였다.


1~2일 정도 집중해서 각종 포털, 앱스토어에 올라온 고객 리뷰를 읽다보면 서비스 이해도가 눈에 띄게 올라감을 느낄 것이다. 나아가 아래 예시처럼 고객들이 서비스/회사에 대해 '긍정 평가하는 요소' '부정 평가하는 요소'를 요약 정리해두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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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관련 업계에 대한 나만의 리서치 자료 만들기

현재의 우리 서비스를 좁게 바라보다보면 "숲이 아니라 나무밖에 볼 줄 모르는" 상태가 되기 쉽다.


때문에 그 다음 단계를 그리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서비스가 속한 산업 전반을 이해하기 위한 리서치 자료 정리에 3~7일 정도 시간을 쏟곤 한다.


전 직장에서 개발자 타겟 서비스를 마케팅하며 처음 시도한 것인데 마케팅을 넘어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예시1) 처음 개발자 서비스를 마케팅 할 때 정리한 리서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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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2) 회사에서 커머스 사업 리더를 맡았을 때 정리한 리서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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